"10초의 기적처럼 도쿄가자"…다시 입맞춘 두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19.10.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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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U-20축구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이상민(오른쪽)과 정태욱(왼쪽). [중앙포토]

 
도쿄올림픽을 위해 두 남자가 다시 입을 맞춘다. 한국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 이상민(21·V바렌 나가사키)과 정태욱(22·대구)이다. 
 
둘은 2년 전 ‘10초의 기적’이라 불리는 뇌진탕 사고 때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2017년 3월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 U-20 대표팀과 잠비아의 경기. 후반 35분 중앙수비 정태욱이 공중볼을 다투다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U-22 축구대표팀 수비수 이상민-정태욱
2년 전, 경기 중 뇌진탕 때 생명 살린 인연
내년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앞둬
11일 화성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

옆에 있던 팀동료 이상민이 달려가 정태욱의 입을 열고 기도를 확보했다. 인공호흡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이상민의 침착한 응급처치 덕분에 정태욱은 목숨을 건졌다. 두 사람은 그해 U-20월드컵에 출전해 16강진출을 이끌었다.

2017년 3월27일 잠비아전 도중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정태욱을 응급조치하는 이상민. [중앙포토]

두사람이 다시 뭉쳤다. U-22 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30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르는데, 둘 다 명단이 포함됐다.

 
U-22 대표팀은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나서는 팀이다. 이 대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하는데, 16팀 중 3위 안에 들어야 한다.  
 
이상민은 U-22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고, 김학범 감독이 이상민 파트너로 1m95cm 장신 수비수 정태욱을 불러들였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을 따면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그런데 김 감독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미 군면제를 받은 정태욱을 호출했다. 병역문제를 떠나 수비안정을 위해서다. 이상민은 아시안게임 명단에서는 탈락했었는데, 두사람이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게됐다.  
 
이상민은 지난 8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태욱이에게 왜 왔냐고 농담했다”며 “오랜만에 같이 들어와 기분 좋다”고 말했다. 정태욱은 2017년에 “상민아! 네가 구해준 목숨. 국가를 위해 쓸게”라고 말한적이 있다.  
 
한국은 아시아 U-23챔피언십에 우즈베키스탄·이란·중국과 C조에 속했는데, 이번에 같은조에 포함된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갖는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전력노출도 신경써야하는 복잡한 경기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