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수출 컨테이너들이 모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의 모습. 올해 9월 수출이 전년 대비 11.7% 감소하는 등 한국의 수출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개 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1.9%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만 해도 2.6%였지만, 2.3%(5월 말)→2.2%(6월 말)→2.1%(7월 말)→2.0%(8월 말)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9곳 전망치 평균 1.9%로 떨어져
금융위기 뒤 첫 2% 깨질 우려에도
정부 “30-50 국가 중엔 높다” 낙관
IMF 총재 “한국 재정 더 풀어라”
구체적으로 크레디트스위스가 기존 2.2%에서 1.8%로 가장 많이(0.4%포인트) 내렸고, HSBC도 기존 2.3%에서 2%로 0.3%포인트 낮췄다. 바클레이즈는 2.1%에서 1.9%, BoA-메릴린치는 1.9%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HSBC를 제외한 8곳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점점 벌어지는 한국-세계 경제성장률 격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해외 투자은행(IB)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2.4~2.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일부 연구기관들이 1%대를 전망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2%를 넘는 경제성장률을 대부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선방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정부·여권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면서 요즘 이른바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와 비교한 성장률은 최상위권이라는 설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30-50클럽에 속한 나라는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로 이미 성숙 경제에 접어든 G7 선진국이다. 한창 더 성장해야 할 한국 경제를 이들과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한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할 수 있는 1992년 이후 외환위기(1998년) 때를 빼놓고는 늘 이들의 성장률을 앞서왔다. 딱히 새로운 얘기가 아니란 뜻이다. 되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0.82%포인트(OECD 기준) 낮게 성장하는 등 한국-세계 경제성장률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부가 원하는 결론에 맞출 수 있는 통계를 앞세우다 보니 국민이 현장에서 체감과는 것과는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며 “결과가 의도와 다르게 나왔으면 인정하고 반성해야 정책이 개선되고, 국민의 살림살이도 나아질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게오르기에바. [AFP=연합뉴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