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은 7일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광중(72)씨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넘어서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 사격을 봤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증언해온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헬기 사격 여부'가 이 재판의 쟁점이다.
이씨는 조비오 신부가 먼저 헬기 사격을 목격한 것으로 기억했다. 이씨는 "갑자기 '탕탕탕'하는 기관총 소리가 들린 순간 뒤를 돌아봤는데 조비오 신부가 '보스코(이씨의 세례명) 총무 이리 와보소'라고 불렀다"며 "나가봤더니 호남동성당에서 약 100m 떨어진 불로동 다리 위에 헬기가 떠 있었고 광주천을 향해 사격했다"고 말했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넘어서 헬기 사격 목격"
"총소리 직후 조비오 신부가 부르는 소리에 나가봐"
정 변호사가 "지상에서 나는 총소리와 헬기 사격을 착각할 가능성은 없냐"고 물었다. 이씨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총소리가 났기 때문에 일반 총소리와는 다르다"고 답했다. "헬기 사격을 목격한 또 다른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단둘이서만 봤다"고 했다.
이씨는 "조비오 신부와 달리 왜 헬기 사격을 증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1980년 5월 25일께 부인이 서울에서 출산하게 돼 광주를 빠져나갔는데 도망쳤다는 오해를 받아 5·18을 잊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씨는 10년 전 우연히 마주친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에게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했었다"고 말했었다. 이씨의 전 전 대통령 재판 출석은 이씨의 증언을 잊지 않은 조영대 신부의 요청에 이뤄졌다.
이날 재판에는 5·18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65)씨와 1980년 5월 27일까지 옛 전남도청에 남았던 시민군 김인환(60)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씨는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일빌딩 상공에 정지한 헬기에서 총소리와 불빛을 봤고 5~10분 뒤 계엄군이 도청에 진입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도청 상공에 뜬 헬기에서 군인이 로프를 타며 하강하던 순간 옆에 있던 친구가 총을 맞았다"며 "주변은 막혀있어 총을 쏠 수 있는 곳은 헬기밖에 없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