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이 지나도 작동 중인 이 반사경 소재는 헤래우스가 만든 석영유리다. 당시 미국 우주항공국(NASA)가 선택할 정도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산업용 소재업체 헤래우스는 독일을 대표하는 ‘히든 챔피언’이다.
[히든챔피언의 비밀]
독일 대표 ‘히든 챔피언’ 헤레우스
산업용 귀금속 자동차 회사 공급
연 26조원 매출, 압도적 세계 1위
“신시장 계속 찾아야” 150개국 지사
헤래우스는 용광로에 백금을 녹이는 가공기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한 뒤 이를 통해 번 자금을 소재 산업에 재투자해 지난해 기준 매출액 203억 유로(약 26조원)라는 초(超)일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각 사업 분야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을 1개 이상씩 갖고 있다. 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헤래우스의 철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랑크 스티츠 전자부문 대표는 “귀금속 가공부터 전자·반도체·석영유리·태양광 등 11개 분야에서 세계 1위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래우스는 창업 이후 ‘창의와 혁신을 앞세운 다이내믹 경영’을 사업철학으로 삼고 있다. 수익이 나더라도 1등이 아니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게 이들의 사업방식이다. 2017년 세계 시장점유율 2~3위권에 있던 ‘금속 타깃 소재’ 분야를 미국 기업에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헤래우스코리아 측은 “금속을 튕겨서 증착시키는 기술로 헤래우스가 보유한 백금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매출은 꾸준히 올릴 수 있었다”며“하지만 기술 차별화가 크지 않다는 판단하에 경쟁사에 사업을 매각했다”고 말했다. 당장 돈이 되더라도 압도적인 기술이 아니면 과감하게 버린다는 헤래우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헤래우스가 ‘세계 1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면엔 독일 기업 특유의 정확한 분석력이 있다. 스티츠 대표는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지, 미래 성장이 가능한지 판단해 M&A를 한다”며“미래를 내다봐야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김창권 전주대 물류무역학과 교수는 “기술 전문화와 글로벌 진출은 독일 히든 챔피언 기업의 공통적 특징”이라며 “시장을 좁게 정의하면서 기술 격차를 벌린다”고 말했다. 장성규 헤래우스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1위는 미세한 차이로 결정된다. 수 대에 걸쳐 그것만 만들었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미세한 차이를 유지하려면 최고의 원재료를 써야 하는데 소재가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헤래우스는 무차입 경영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자기자본 비율이 60%가 넘는데 독일 ‘히든 챔피언' 중에서도 드문 사례다. 스티치 대표는 “기술 집약적 기업으로서 투자는 다이내믹하게 하지만, 자금조달은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창업 400년을 맞는 2060년의 목표는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스티츠 대표는 “한 사업 분야가 경쟁력을 잃더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나우(독일)=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