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의 북한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대사는 낮 12시 평양행 고려항공 편으로 귀국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은 대북 제재 5건을 해제 대상으로 지목했다. 당시 회담 결렬 직후 이용호 북한 외무상 등은 “우리 요구는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니라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고 한 것”이라고 공개했다.
2주 뒤 회담 재개하냐 질문엔
“100일 동안 셈법 없었는데 되겠나”
하노이선 유엔제재 5건 해제 요구
이번엔 미국 독자제재 15개 추가
트럼프 재량으로 완화 노린 듯
북한이 미국 독자 제재를 꺼낸 건, 그 ‘위력’ 때문이다. 미국 독자 제재 대상이 되면 미 금융기관과 거래를 할 수 없고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된다. 달러화 거래 자체가 막힌다는 뜻이다. 또 제3국의 단체·개인이 제재 대상인 북한 단체·개인과 거래하면 그 자체로 제재(세컨더리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독자 제재로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 남북 경협이 지연되는 데 대한 불만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 합의로 추가 결의를 채택해야 해제가 가능한 유엔 제재와 달리, 미국 독자 제재는 미 국내절차로 완화 및 유예가 가능하다. 대통령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내용도 상당수다. 그래서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량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노려 독자 제재를 꺼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명길 대사는 7일 오전 귀국길 경유지인 베이징 공항에서 “2주 후 회담을 다시 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판문점 수뇌상봉 후 백일이 되도록 아무런 셈법도 만들지 못했는데 두 주일 동안 만들어낼 것 같으냐”며 “미국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라고 했다. 또 이번 회담에 대해선 “역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역스럽다’는 ‘역겹다’란 뜻의 북한말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유지혜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