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머나먼 땅 칠레의 알베르토(62)는 최근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쏟아냈다. 3월 말 진행성 간암으로 사경을 헤매다 6개월여 만에 새 삶을 찾았다. 미국에서도 포기한 그를 서울아산병원이 살렸다. 알베르토의 두 딸의 간의 일부를 잘라 아버지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칠레 60대 환자 2대1 간이식 성공
큰딸 간 왼쪽, 막내딸 오른쪽 떼줘
한국에 연수 왔던 의사가 권유
세계 수술 건수 95%가 아산병원
오레아스는 알베르토에게 “아산병원이 6000여 건 넘게 간이식 수술을 했고, 간암의 중증 환자 수술 성공률이 97%에 달한다”며 서울아산병원을 추천했다. 실제로 2대 1 생체 간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세계에서 몇 군데 안 된다. 2대1 수술을 500건 이상 한 데가 아산병원이 유일한데다 이런 수술의 95%를 했다. 오레아스는 2011, 2014년 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알베르토 가족은 3월 말 한국에 왔다. 환자가 혼수 증세를 보여 의료진이 서둘렀다. 환자의 아내, 딸 3명의 간을 검사했다. 큰딸 바바라 크리스티나(34)와 막내딸 아니타 이시도라(23)의 혈액형·조직적합성이 아버지와 잘 맞았다. 쉽지 않은 수술이라 이승규 원장이 직접 메스를 잡았다.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은 이 원장이 2000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술법이다. 큰딸은 간의 왼쪽, 막내딸은 오른쪽을 뗐다. 각각 5~6시간 걸렸다. 알베르토의 간은 일부만 남겼고 두 딸의 간을 연결했다. 20시간 걸렸다. 오레아스가 한국을 찾아 수술을 참관했다.
알베르토는 수술 후 몇 차례 고비를 넘겼고 7월 일반 병실로 옮겼다. 이제 회복돼 10일 고향으로 돌아간다. 막내딸 이시도라는 “처음에 인터넷에서 서울아산병원 성적을 찾아보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을 최초로 개발했고, 세계의 의사들이 연수를 받으러 온다는 걸 알고 믿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오레아스는 “2대 1 생체 간이식 경험이 세계에서 서울아산병원보다 앞선 데가 없다. 의료진이 강인해 환자의 장기생존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승규 원장은 “환자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세계 어느 이식센터에 가더라도 수술이 불가능했다. 우리 팀이 살리지 않으면 가망이 없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칠레에서 미국이 가깝고 고난도 치료가 필요하면 미국 병원으로 많이 가는데, 알베르토가 한국에 온 것은 대한민국 간이식 수준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