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번째 기억은 동생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굉장히 지친 모습으로 병실 침대에 앉아 계시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기억의 렌즈를 좀 더 당겨 가까이 들여다 본 엄마의 얼굴에는 새 생명 탄생의 환희보단 지난 열 달간의 고단함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더 짙게 서려있었다. 그때는 전혀 알 수 없었던 그 표정의 의미를 그 당시의 엄마 나이만큼 자라서야 뒤늦게 배워가는 요즘. 영화 <툴리>에서 그때 그 엄마의 얼굴을 만났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현실을 반영한 공감도 높은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믿고 보는 배우’ 샤를리즈 테론의 새로운 연기를 보고 싶다면
육아에 지친 엄마들뿐만 아니라 다소 무신경했던 아빠들 역시 필람!
이런 사람에겐 비추천
TV 육아 예능이 보여주는 환상에서 깨지 않고 싶다면
현실적인 이야기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24시간이 모자라
그런 동생이 안타까웠는지 마를로의 오빠는 야간 보모 고용을 제안하지만 마를로는 야간 보모 시스템이 어딘가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져 망설인다. 이에 오빠는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며 직접 보모를 추천하고, 그녀는 고민 끝에 오빠가 소개한 야간 보모 툴리(맥켄지 데이비스)를 부른다.
매일 반복되는 전쟁, 육아
새벽 육아가 잠과의 사투라면 오전 육아는 아이들과의 전쟁이다. 이제 막 말을 배운 아이들은 어디서 단체로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말을 안 듣기 마련. 요란하고 정신없는 등교 준비로 엄마의 진을 빼는 두 남매를 보면 ‘미운 7살’이란 말이 현실임을 새삼 자각한다.
끔찍한 건 이런 하루가 큰 오차 없이 매일 반복된다는 것. 그리고 이 모습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즉, 마를로가 처한 상황은 영화적으로 특별히 가공된 설정이 아니라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장면이라는 얘기. 영화는 그렇게 보통 엄마의 삶을 통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육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엄마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툴리가 아기뿐만 아니라 엄마 마를로까지 세심하게 돌보며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장면들은 늘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챙겼던 엄마도 사실은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이 간절한 사람이라는 걸 넌지시 알려준다. 이때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사의 울림도 상당한 편으로 감정선이 매끄럽게 이어지는데 일조한다. 더욱이 이 부분은 결말에 이르러 전혀 다른 감상과 해석을 가져오기에, 행복하면서 슬픈 장면으로 오래 기억된다.
글 by 리드무비. 유튜브 영화 채널 리드무비 운영. 과거 영화기자로 활동했으며 영화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목 툴리(Tully, 2018)감독 제이슨 라이트맨출연 샤를리즈 테론, 맥켄지 데이비스
등급 15세 관람가평점 IMDb 7.0 로튼토마토 86% 에디터 꿀잼
와칭(watc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