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은 이날 현지에서 진행된 국회 외통위 국감에서 “이번 유엔총회에서 김 차장이 의전 실수를 문제 삼아 외교관을 무릎 꿇게 한 사실이 있느냐. 무릎 꿇고 사죄한 외교관은 손을 들어보라”고 한 뒤 A서기관을 일으켜 세웠다. 정 의원은 이어 “(김 차장이) 의전 실수한 것을 심하게 질책했죠. 김 차장이 언성을 높였죠? 고성을 지르면서 질책한 게 맞죠?”라고 재차 물었다.
A서기관은 이에 “질책은 아니지만 지적이 있었다”면서 “그 상황에서 부당하다고 느꼈다거나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보고했을 텐데 그런 게 없었다”고 답했다. 무릎을 꿇은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3일 뉴욕 주유엔 대표부 국감서 제기
유엔총회 '비표 사고'에 외교부 서기관,
김현종에 설명중 갑자기 무릎 꿇어 논란
'김현종 스타일' 아니냐에 "해프닝 불과"
"질책은 아냐" "김 차장이 오히려 당황"
그런데 이후 상황을 놓곤 “알려진 것과 실제는 많이 다르다”는 게 현장에 함께 있었던 이들의 주장이다.
김 차장은 상황이 모두 끝난 후 의전 담당자들을 자신의 숙소로 불러 경위를 물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김 차장 외에 외교부 고위 당국자를 포함해 3~4명이 있었다. 고성이 오가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다 A서기관이 돌연 무릎을 꿇으며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로 말해 김 차장을 포함한 모두가 놀랐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인사들은 “김 차장이 오히려 당황했다”고 주장했다. A서기관의 돌발 행동에 현장의 한 인사는 김 차장을 향해 “살다 보면 이런 일(실수)도 있을 수 있다”며 A서기관을 옹호하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김현종 스타일' 해프닝? 외교부 기강해이 지적도
반면 올 들어 정상외교 현장에서 의전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뉴욕 유엔총회와 관련해선 현장 의전 준비를 실무자급인 A서기관이 사실상 도맡았다는 후문이다. 보통 정상들의 의전은 안전과 동선 체크 등을 위해 수주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유엔총회는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이 출국일을 불과 열흘 남짓 남겨놓고 전격 결정되면서 본국 차원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A서기관이 의전 실무를 사실상 혼자 준비를 하고 챙겨 온 상황을 김 차장도 알고 있었고, 나중에는 A서기관을 격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무릎 꿇은 외교관' 논란을 놓고 청와대와 외교부 모두 극도로 말을 아꼈다. 내막이 무엇이건 청와대와 외교부의 내전으로 비치며 모두에 상처를 줄 수 있어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 장관이 이번 일을 언제 보고 받았는지에 대해 함구했다. 한 당국자는 “현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장관이 적절히 보고를 받았고, 필요한 조치도 했다”고만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