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멧돼지 사체서 돼지열병 바이러스…힘받는 북한 유입설

중앙일보

입력 2019.10.04 00:04

수정 2019.10.04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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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 폐사체. 죽은 지 오래되지 않아 거의 부패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진 환경부]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환경부가 3일 밝혔다. 지난 2일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DMZ 중간을 잇는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약 600m(남방한계선 전방 약 1.4㎞) 떨어진 지점이다.
 
국내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돼지는 모두 양돈농장에서 키우는 사육돈이었다.

군사분계선 남쪽 600m서 발견
국내 멧돼지서 확인된 건 처음
김포선 13번째 돼지열병 확진

환경부에 따르면 멧돼지 폐사체는 외관상 다른 동물에 의한 손상은 없었고 죽은 지 오래지 않아 부패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 군부대가 발견해 연천군에 신고했고 야생 멧돼지 ASF 표준행동지침에 따라 안전하게 시료를 채취한 후 국립환경과학원으로 이송해 진단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야생 멧돼지가 북한에서 넘어와 ASF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 아니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철조망이 100% 안전하다고 했지만 확인해보니 철조망이 태풍과 집중호우 때문에 많이 무너진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9개 사단 13개소에서 남방한계선 경계부대(GOP) 철책이 파손됐고 현재 보강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5건으로 확인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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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멧돼지 폐사체 등이 임진강을 통해 떠내려올 가능성에 대비해 하천수 바이러스 조사, 보트를 이용한 부유 폐사체 및 하천변 정밀조사 등 예찰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살아있는 멧돼지가 강과 바다를 헤엄쳐 건너올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3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의 한 돼지 농장에선 국내에서 13번째로 ASF 확진 판정이 나왔다. 지난달 23일에 이어 김포에서 두 번째 사례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한 돼지 농장에서 들어온 ASF 의심 신고도 이날 확진으로 판정됐다.
 
지난달 27일 인천시 강화군을 마지막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던 ASF가 이달 들어 2~3일 이틀간 경기도 파주· 김포에서 총 4건이 추가 확진되면서 방역 당국은 일제 소독 등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파주는 지난달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ASF가 확진된 곳이다. 파주에선 2~3일 파평·적성면과 문산읍 농장까지 연달아 3곳이 확진되면서 총 5곳에 ASF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천권필·심석용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