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은 3일 ‘노벨상과 기초과학 육성 전략:한국과 일본 비교’라는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기초과학 역사는 일본에 비해 짧지만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과 격차는 인정하되, 열도의 성공 경험을 벤치마킹하려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한국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도 멀지 않다고 전략을 제시했다.
노벨 과학상은 생리의학ㆍ물리학ㆍ화학, 세 기초과학 분야에서 나온다. 한국과 일본의 기초과학 역사와 축적의 격차는 얼마나 될까. 과학계에서는 양국 간의 격차를 최소 50년, 최대 100년으로 보고 있다.
7일부터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일본은 2000년 이후 16명 배출
55명 수상 미국 이어 세계 2위
한ㆍ일 과학 축적의 간극 100년
“10년 안에 따라 잡을 수 있어”
심시보 IBS 기초과학연구원 정책기획본부장은 “일본은 근대의 시작과 동시에 과학자를 양성하고 국가 연구거점을 만들었다”며 “그런 오랜 축적의 성과가 2000년대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과학 연구자금을 지원하는 한국과학재단은 1977년 만들어졌다. 또 실질적인 연구기반을 조성한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은 1996년에야 시작했다. 명실상부한 기초과학 종합연구기관인 IBS가 들어선 것은 2011년으로, 10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축적의 시간’차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서 한ㆍ일 간 기초과학 연구의 차이는 많이 좁혀지고 있다. 특히 일부 상위권 연구자 그룹에서는 한국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과학계의 평가다. 실제로 국제 학술정보 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옛 톰슨 로이터)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논문의 질적 수준을 볼 수 있는 피인용 세계 최상위권 연구자 부문에서 한국이 일본에 뒤지지 않는 추세다. 최근 5년간 피인용 상위 0.01% 연구자인, 일명 ‘노벨상 유력 후보 리스트’에는 일본이 7명, 한국은 3명이 올랐다. KAIST의 유룡 교수(2014년)와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2017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로드니 루오프 교수(2018년)가 그들이다.
피인용 상위 1% 연구자(HCR: Highly Cited Researcher) 수를 봐도 한국은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은 53명, 일본은 90명 수준이다. 최근 수년 사이 한국 과학기술의 저력이 탄탄하게 올라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IBS는 보고서에서 한국 기초과학 육성 전략으로 ①세계적으로 우수하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도 과학자의 대형 프로젝트에 과감히 투자할 것, ②사회ㆍ경제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기초과학 육성, ③세계 기초과학 중심부와 활발한 공동연구, 인재 교류를 통한 협력 네트워크 강화로, 세계에 한국의 연구수준을 널리 알리고 인지도를 올릴 것 등을 제시했다.
이승섭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배 교수들만 보더라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늦어도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