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의 고향인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 이춘재를 어린 시절부터 알았다던 한 주민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여러 차례 되물었다.
이 주민은 "내가 기억하는 춘재는 착했던 아이"라며 "처음 용의자라고 나왔을 때도 설마 했는데, 그 많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춘재의 어머니가 방송에 나와 '아들은 범인이 아니다'라고 부인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경찰이 오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고향 주민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춘재가 누명을 쓴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부 주민들은 예상도 못 한 많은 범행 횟수에 할 말을 잃었다. 진안동에 산다는 한 50대 남성은 "저런 사람이 우리 동네 출신이라는 것이 수치스럽다"고 잘라 말했다.
반신반의했던 고향 주민, 많은 범행에 충격
33년 동안 미제였던 사건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분석 결과 5차, 7차, 9차 사건 현장 증거물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되면서 용의자가 특정됐다.
1994년 처제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이춘재였다.
이춘재 옛 거주지·사건 현장 다시 가 보니
피해 지역에선 "왜 일찍 못 잡았냐"
9차 사건이 발생한 병점동에서 만난 유모(40)씨는 "당시 동네에 낯선 사람이 보이면 전부 경찰일 정도로 대대적인 수사를 했는데 왜 이렇게 뒤늦게 잡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이춘재가 자백을 했다는 말에 과거를 떠올리는 주민도 많았다.
연쇄살인 사건이 계속 일어날 때 진안리에서 거주했던 A씨(72)는 "사건 현장 동네는 남자라면 경찰에 불려가야 했고 매일 형사들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 정도로 흉흉했다"며 "그렇게 사람들이 수없이 불려가고 나서도 범인이 안 잡히니 이쪽 동네에서는 다른 지역 사람이 범인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고 했다.
4차 사건 현장인 정남면에서 만난 주민은 "그 끔찍한 사건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느냐"며 "당시 피해자가 버스에서 내려 집을 바로 앞에 두고 몹쓸 일을 당했다. 가족들도 다 떠났지만, 지금이라도 밝혀져서 다행이다"고 했다.
약 33년의 세월이 흘러 사람들에게 잊혀 가던 '살인의 추억'이 다시 불거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화성시 진안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춘재는 33년 전 사람이고 이곳을 떠난 사람이지 않으냐"며 "연쇄살인과 지금 화성에서 사는 사람들을 연결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화성=진창일·심석용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