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11분쯤 북한이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합참은 SLBM인 북극성 계열로 추정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SLBM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미 국무부는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비핵화를 달성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목적 달성을 향한 본분을 다하기 위해 북한은 실질적이고 일관된 협상에 계속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북 무기
북 대표 김명길 스톡홀름행 예약
합참에 따르면 미사일의 최대 비행고도는 약 910㎞, 거리는 약 450㎞로 전형적인 고각 발사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미사일) 고도를 높이면서 거리를 대략 450㎞ 정도로 줄여서 발사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7시27분 시마네(島根)현 도고(島後)섬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번 미사일의 발사대가 잠수함인지, 바지선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원산 해상서 쏴 일본 EEZ안에 떨어져…잠수함·바지선 어디서 쐈는지 불분명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실무협상 개최를 알리는 담화를 발표한 이후 13시간여 만에 미사일을 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 탄핵이 거론되면서 국내 정치적으로 몰리자 이를 역이용해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SLBM 카드는 ‘하노이 굴욕’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치밀한 사전 준비와 계산의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결렬을 선언해 최고존엄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이번엔 ‘선 협상 발표→후 SLBM 발사→협상 착수’라는 시나리오를 미리 마련했다. ‘하노이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다. 핵심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과 사전 협의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즉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실무협상에 나서기로 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이 같은 방침을 승인한 만큼 미국에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첩보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수표(서명)한 사안은 수정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외무성과 군부를 동원한 입체적인 행동으로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작심하고 움직이는데 미국 측 협상 당국자들은 신중한 분위기다. 북한은 4일 예비접촉을 한다고 발표했는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만찬 등 외교 일정을 잡았다. 협상 장소를 놓곤 제3국, 즉 북유럽이나 동남아시아 국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