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관계자는 "성폭력이나 살인죄로 수감된 경우는 가석방이나 특별사면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춘재도 자신이 가석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특정되면서 가석방이 어렵게 되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자백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범행 부인하던 이춘재가 자백한 이유는?
경찰, "프로파일러 역할 컸다"
경찰은 "프로파일러와 이춘재 사이에 라포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춘재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임의로 자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춘재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살인 몇 건, 성범죄 몇 건 등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범행이 이뤄진 장소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하는 등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증거물에서도 이춘재 DNA 검출
그리고 "DNA 증거가 나왔으니 할 수 없네요", "언젠간 내가 한 일이 드러날 줄 알았습니다"라며 범행을 털어놨다고 한다.
모방범죄인 8차 사건을 제외한 9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비롯해 5건의 추가 살인도 털어놨다. 30여 건의 성범죄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자백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25년에서 30년이 지난 사건을 이춘재가 시기와 장소까지 특정하며 자백하고 있어서다.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을 알아볼 수 있는 기록을 남겼는지에 대해서도 경찰은 "그런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 수사본부장인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은 "(자백한 내용은) 모두 용의자의 오래전 기억에 의존한 자백"이라며 "현재 자백내용에 대한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관련자를 조사해 자백에 신빙성, 객관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심석용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