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정치적 자유제한 풀으라” 인권위 권고, 정부 “수용 못해”

중앙일보

입력 2019.10.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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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국가공무원법 등의 법률 조항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 2월 25일 인권위는 인사혁신처장, 행정안전부장관, 교육부 장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공무원·교원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소관 법률조항의 개정을 추진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권고에서 공무원·교원이 공직 수행 담당자면서 동시에 시민이기 때문에 헌법, 국제규약 등에 비추어 정치적 자유를 갖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기초한 ▶정치적 의사 표현 자유▶정당가입 및 활동▶선거운동의 자유 등의 정치적 기본권 행사는 기초적인 권리로 이를 제한하는 법률규정은 명확해야 하고 과잉금지원칙 심사도 엄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대게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계없이 시민적 지위에서 행한 정치적 표현행위까지 과도하게 제한한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정당법' 등은 공무원·교원이 공무원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한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지위로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한 것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추상적 우려를 이유로 정치적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인권위는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은 과잉금지원칙과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고, 민주국가의 ‘기능적 권력통제’로의 기능 변화와 내부감시자로서의 공무원의 역할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부처들의 입장은 다르다. 정부부처들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확대·제한은 헌법적 판단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헌법재판소 역시 공무원의 정당가입 제한을 합헌으로 판시해 정치적 자유 제한을 전면적으로 완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정부부처들은 절차적으로 국회 논의 및 의견수렴, 관계기관 협의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도 해당 부처들이 주장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 등에 공감하고 법령 개정의 어려움은 이해하면서도 해당 부처가 취해야 할 조치와 역할이 있지만 이를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해 이 사실을 공표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