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선에서 치마선까지 모두 9개의 크고 작은 선을 맞춰야 한다는 열병 훈련에 여념이 없는 중국의 여군. [유상철 기자]
25일 창핑난커우(南口)의 열병촌을 찾았다. 육·해·공, 로켓군과 이번 열병에 처음 참가하는 평화유지군 등 5개 군의 훈련 장소다.
“열병이 뭔가. 바로 사람을 검열하는 것이다.” 열병촌 안내를 맡은 도보 대오 지휘부의 부지휘관 류스쉬(劉士胥)의 어조는 단호했다. 그는 “책임 의식이 있어야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며 성공적인 열병식을 위해선 병사들의 정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열병식에는 200만이 넘는 중국 각 군에서 1만 5000여 명이 뽑혔다. 여군은 키 163cm 이상, 남성 장병은 175cm 이상이다. “행진은 몸이 하지만 검열받는 건 영혼이요, 보여주는 건 굳건한 의지의 이미지”라는 말이 도보 행군을 대변한다.
보폭 75cm에 1분 당 112보 행진
하루 8시간씩 매일 21km 걷는 셈
모자선과 다리선 등 3대 선 맞추고
턱선과 총구선 등 9개 작은 선 일치
‘단호한 눈매’로 군기 과시 위해
40초 동안 눈 깜박이지 않기 훈련도
중국 해군 의장대 소속 마옌페이는 "매일 8시간씩 훈련했다"고 밝혔다. 걸음수가 3만보, 거리로 따지면 21km를 행진하는 셈이다. [유상철 기자]
보폭은 75cm, 1분에 112보를 행진한다. 96m를 정확히 67초에 돌파했다. 하루 8시간 훈련하니 그 걸음 수가 3만보, 거리로 따지면 21km다.
얼마나 오랜 기간 훈련했나. 마옌페이는 그저 “일정 기간 훈련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일각에선 5월 1일 노동절 연휴 이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20주가량 훈련한 셈이다.
중요한 건 행진 시 칼날 같은 절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3개의 큰 선(線)과 6개의 작은 선을 맞추는데 1cm의 차이도 없어야 한다. 3개의 큰 선이란 모자선, 소총선, 다리선이다. 6개의 작은 선은 턱선과 총구선, 손의 윗선, 손의 아랫선, 발끝선, 그리고 여군의 경우 치마의 끝 선까지 맞춰야 한다. 한열당 18명이 65cm 간격으로 늘어서 행진하되 이 아홉 개의 선을 하나로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행진 시엔 발을 앞으로 쭉 내밀되 지면에서 30cm 이상 떨어지게 해야 한다. 그래야 위엄이 살아난다고 한다. 입대 10년 차라는 우하 오(吳昊, 30)는 “가장 힘든 게 체력”이라고 호소했다. 무한한 반복 훈련을 해야 하는데 20대 초반 사병들에 밀린다며 웃었다.
훈련은 행진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군의 기개를 과시하기 위해선 ‘꼿꼿하게 선 자세’와 ‘단호한 눈매’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두 시간 동안 꼿꼿이 서 있어도 쓰러지지 않고, 40초 동안 눈 한번 깜박이지 않는 훈련도 반복한다.
건국 70주년 열병식에는 육, 해, 공군의 연합 군악대 1300명이 참가한다. [유상철 기자]
둘째는 합동 능력을 크게 제고시킨 점이다. 각 군종 간, 또는 장교와 사병 간, 현역 군인과 민간인 간의 연합 편성이 새로운 특징이다. 끝으로 여성 장군 두 명 등 고급 지휘관이 열병에 많이 참여한다. 이는 군 지휘관이 사병을 직접 이끌고 전투에 참여하라는 시 주석의 요구를 구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열병촌은 행사가 끝난 뒤 약 열흘 뒤 사라진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