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벗어나 비상하는 '포스트386'
2016년 청년정책 싱크탱크를 표방해 20~30대 청년 11명이 모여 결성한 ‘청년정치크루’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일상 속 정치’를 모토로 생활밀착형 정책을 고안·발표한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소속 정당을 달리하면서도 기성 정치권과 청년의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한다.
[386의 나라 대한민국]
취준생보호법 등 정책 발의
생활 속 민주화 이슈에 강점
2030 싱크탱크 청년정치크루
“소속 정당 달라도 정책 의기투합”
“청년 정치란 말 자체가 청년 차별
청년위원장 등 생색만 내선 안 돼”
“부장·임원 거쳐 사장 되듯
청년이 의원으로 클 시스템을”
'호통 청년'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지난 3년간 청년정치크루는 청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책을 만들고 법안 발의를 이끌며 활동 반경을 넓혀 왔다. 2017년 청년 맞춤형 정책 발표 행사인 ‘정책 쇼케이스’를 통해 취업준비생보호법과 취업사기방지법을 발의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취준생보호법의 경우 “각 기업은 입사 지원서를 낸 불합격자에게도 관련 내용을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20~30대 취업 준비생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민의 어려움을 정책적으로 해소하는 것인데 지금 정치권에선 이같은 기능이 실종됐다”며 “심지어 정책이 복잡하고 이마저도 당의 이권에 이끌려다니다 보니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정치 혐오가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 정치권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로 청년 정치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 정치인을 기성 정치인과 분리해 청년위원장·청년대변인 등의 자리를 만드는 생색만 낼게 아니라 청년들이 클 수 있는 정치 토양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청년들에게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라고 하는 건 길 가는 청년에게 ‘우리 회사 사장 지원해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사장이 되려면 사원부터 시작해 부장·임원을 거쳐야 하듯 정치권에서도 청년 정치인이 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30대 담론 모색하는 '청년담론'
올해 초부터는 서울 공덕동 경의선 공유지에서 ‘이상한 대학’이라는 이름의 대안대학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대학 입시와 교육 문제에 대한 단순 비판을 넘어 실제 청년들이 모여 대학을 설립·운영해보자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것이다.
김창인(29) 청년담론 대표는 2030세대가 성장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조직의 부재’를 꼽았다. 386세대는 전대협, 그 직후 세대는 한총련 등을 통해 조직적 영향력을 키워온 반면 지금의 2030대는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나 네트워크가 부족하단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의 청년 세대가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선 기성 세대가 장악한 정치 조직에 편입되는 방법 뿐”이라며 “청년들이 독립·자립할 수 있는 정치공간을 아래서부터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정치'라는 단어 자체가 굴레"
그는 정치권에서 2030세대가 성장하기 위해선 ‘청년 정치’라는 단어로 청년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문화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정치란 단어 자체가 기성 정치권과 분리해 마이너리그화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 후보였던 장 위원장에게 당선권 밖인 24번을 배정해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장 위원장은 “26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31세에 총선에 출마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청년 정치인’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며 “386세대 본인들은 30대부터 국회의원이 되고 권력을 쥐었단 사실을 망각한 채 선거에 출마하려는 30대에게 ‘너는 아직 어리고 기회가 많으니 양보하라’고 찍어 누르는 것은 권력에 취한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당에 쓴소리하는 '보수 청년'
당시 황 전 총리는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전당대회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게 정 대표의 주장이었다. 정 대표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해야 책임당원이 되는 규정엔 예외가 없어야 한다. ‘나는 다르다, 나는 예외다’라는 것이 바로 특권”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은 늘 외부의 유행에 뒤쳐진 채 이념 논쟁에만 매 달리다보니 앞서가는 생각과 지혜를 흡수하지 못한다”며 “갈등과 분열을 촉매로 이권을 다투는 정치 싸움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의 20대 젊은 청년대변인
강 대변인은 청년 정치인의 가장 큰 강점으로 ‘생활 속 민주화 이슈’에 강하단 점을 꼽았다. 국회의원 대다수가 50대 이상의 남성인 탓에 여성들과 젊은 층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386세대가 청년일 때 대의가 ‘민주화’였다면 지금의 대의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생활 민주화’라는 점을 기성 정치인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탐사보도팀=김태윤·최현주·현일훈·손국희·정진우·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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