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장에서 빠져나온 박용진(초선·서울 강북을)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와 관련해 “나는 오늘 얘기 안 했다”면서 남긴 말이다.
민주당에는 중진으로 분류되는 4선 이상만 20명이다. 자유한국당(16명)보다 4명 많다. 그러나 여야의 극한 대치 국면이나 청와대가 민심에 역행할 때면 당 지도부나 청와대에 정치적 해결책을 제안하거나 촉구해 왔던 중진다운 면모를 지금 민주당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조 장관 청문회 직후인 지난 9일 원내지도부와 회동한 일부 중진 의원들(박병석·원혜영·이종걸·김진표·변재일·설훈·오제세·최재성 의원)도 어찌 됐건 조 장관 임명에 대해 ‘적격’이라는 의견을 모았다.
다른 생각을 가진 중진들의 목소리는 조 장관 임명 이후 잦아들고 있다. 지난 8월 조 장관 자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일부 상위 계층의 행태”라고 꼬집었던 송영길(56·4선) 의원도 최근엔 말을 아끼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61·4선) 의원의 한 측근은 “조 장관 임명 전에 이해찬 대표에게 (임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이미 임명된 마당에 후퇴하게 되더라도 질서 있는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중진 용퇴론’이 돌고 있는 것도 중진들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한 수도권 지역구의 초선 의원은 “그 양반들(중진들)도 이해는 간다”며 “대표와 각을 세우는 것도 부담이지만 공천 전망이 불안한 상황에서 열혈 당원들에게 밉보여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는 지난 24일 의총에서 ‘조국 사태’에 대한 지도부의 대응에 쓴소리한 것으로 알려진 금태섭(초선) 의원에 대한 비난성 글들이 빗발쳤다.
청와대와 중진 의원들과의 소원한 관계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정권 초 문재인 대통령 초청 오찬에서 정세균 의원(69·6선·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몇몇이 인사 문제 등에 대한 쓴소리를 한 이후 어떤 중진 의원이 문 대통령과 통화했다거나 청와대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