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피비 월러 브리지를 알게 된 시작점은 〈킬링 이브〉다. 어떻게 이토록 매력적인 두 여성 캐릭터가 탄생했을지 너무 궁금했고, 그 뒤에 크리에이터 피비 월러 브리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배우이기도 하다고? 재능이 출중한 사람이다 싶어 전작들을 찾아보다가 〈플리백〉이라는 코미디를 보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이 재능 넘치는 크리에이터가 각본에 제작 그리고 주연까지 맡은 〈플리백〉은 피비 월러 브리지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고 싶을 때 그 관문으로 삼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새로운 감각의 여성서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시니컬한 영국 코미디 좋아하세요? 그렇다면!
뭐 하나 잘되는 게 없구나, 내 인생
플리백은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일도 연애도 인간관계도 죄다 덜컹거리고 위태위태하다. 함께 카페를 운영하며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절친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죽었고, 카페를 유지하기 위해 신청한 은행 대출은 여성 사업자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는다. 관계 중독, 섹스 중독인 플리백은 자기파괴적인 행동에 탐닉하느라 남자들과의 관계를 늘 망치고, 심지어 남자친구가 버젓이 옆에 있는데 자위하다가 이별을 통보받는다.
플리백은 자신이 처한 겹겹의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건 히어로물이 아니다. 삶은 손바닥 뒤집듯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카메라를 보며 속마음 털어놓는 주인공
〈플리백〉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이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를 쳐다보고 말한다는 것이다. 즉 ‘제4의 벽’을 허물며 시청자와 눈을 마주친다. 시청자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놔도 되는 친구라도 되는 듯 시청자를 극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시킨다. 시청자는 이 픽션을 보는 관객인 동시에 극 밖에 머물며 주인공과 깊이 교감하는 친구가 되는 셈이다. 피비 월러 브리지는 이 작품을 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1인극으로 상연할 목적으로 썼다고 한다. 그 후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진 것인데, 그래서인지 이러한 연극적인 장치가 극 속에 녹아 있다.
리얼해서 소름 끼치게 웃긴 자매애
그중에서도 플리백과의 케미가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여동생이다. 〈플리백〉에서 이 자매의 관계는 정말 진저리날 만큼 리얼해서 소름 끼치게 웃긴다. 두 사람은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그리는 관계지만 결국 서로 가장 필요로 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플리백〉에서 유일하게 건강하고 희망적인 관계는 위선 떨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서로를 보듬는 이 자매애뿐이다.
글 by 녹색방 영화를 좋아하는 북에디터
제목 플리백(FLEABAG)
제작 피비 월러 브리지 외
감독 해리 브래드비어, 팀 커크비
출연 피비 월러 브리지, 시언 클리포드, 올리비아 콜맨, 브렛 겔맨, 빌 패터슨
시즌 1(2016), 2(2019)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평점 IMDb 8.6 에디터 꿀잼
와칭(watc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