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 설치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신고를 독려하는 홍보물. 송봉근 기자
“지난해 7월 6일 오전 전모(53)씨는 피해자의 옷을 잡아끌어서 머리를 벽에 부딪히게 한 다음 손으로 피해자를 2회 때리고 머리와 엉덩이 등을 발로 여러 번 찼다.”
지난달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판결한 사건의 범죄사실이다. 수십차례 발길질을 당한 피해자는 지적장애 1급의 13세 소년 A씨다. A씨는 특수교육 사립학교 보조교사인 이씨와 돌봄교사인 서씨와 전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이들 세 명은 아동을 학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모두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폭행에 가담한 담임교사 이모(47)씨에게만 실형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범죄자 느는데, 실형 비율은 11%
22일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은 139명 중 16명만이 실형을 받았다. 비율로 따지면 11.5%에 불과하다.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전체의 41.7%인 58건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도 36건(25.8%)에 달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울산에서 계모가 의붓딸을 폭행해 갈비뼈 16개를 부러트려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2014년 제정됐다. 처벌을 강력하게 해 아동학대 범죄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일러스트 김회룡]
취지 무색한 특례법, 올해 아동학대범 더 늘 전망
올해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92명 중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11명(11.9%)이다. 아동학대의 고소·고발률이 낮고 검찰에서 불기소로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도 상당수임을 고려하면 전체 아동학대 범죄 중 극소수에 대해서만 실형이 내려지는 셈이다.
이 의원은 “저항할 수도 없는 아동을 학대하는 것은 미래를 파괴하는 범죄로, 법원 역시 국민 법 감정에 맞춰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아동학대는 합의했다고 감형해선 안 돼"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범죄에 관한 형사 판결 분석 연구’ 논문에서 “피해 아동 또는 그 가족이 합의한 경우 대부분 감형이 됐다”며 학대 가해자 대부분이 아동과 동거를 하고 있고 합의를 가해자의 권위와 물리력으로 받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합의가 감형 사유가 돼선 안 된다“며 ”아동학대 범죄만의 양형기준과 사유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