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이 지났다. 19일 충남 천안 현대캐피탈 전용 체육관에서 만난 전광인은 환한 얼굴로 나타났다. 발걸음도 가벼웠다. 무릎이 아파 찡그린 얼굴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는 “예전 통증이 10이었다면 지금은 3이다. 통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때 비하면 살 만하다”고 말했다. 전광인은 4월 1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파열된 왼쪽 무릎 연골 일부를 정리하는 수술을 받았다. 9세에 배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 받는 수술이었다. 무릎이 처음 아팠던 건 한국전력에서 뛰던 2015년이다. 그는 “처음엔 미세 파열이었는데, 무릎을 계속 쓰다 보니 점점 심해졌다. 왼쪽 허벅지가 오른쪽보다 굵어질 정도로 근력 운동을 해서 버텼다”고 전했다.
진통제 맞으며 챔프전 우승 견인
4년간 버틴 무릎 결국 수술대에
재활 고통 이기고 실전훈련 시작
최근 아들 얻어 더욱 각오 다져
전광인은 수술을 받은 지 사흘 만에 재활을 시작했다. 최태웅 감독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왼쪽 다리의 근육이 다 빠지고 무릎을 굽힐 때마다 고통이 따랐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4개월간 일주일에 6일씩 하루 7시간 넘게 재활에 매달렸다. 물속에서 걷는 것부터 시작해 기초 근력 운동을 거쳐 러닝머신까지 뛰게 됐다. 너무 고통스러워 트레이너 형에게 짜증을 많이 냈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88㎏이던 전광인 체중이 94㎏이 됐다. 늘어난 6㎏이 전부 근육이다. 그는 “온몸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새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28·쿠바)가 아픈 어깨로 팀에 합류한 ‘덕분’에 재활 동지가 생겼다. 그는 “요스바니가 열심히 재활하는 걸 보니 (나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며 웃었다.
최태웅 감독은 전광인 심정을 잘 알고 있다. 최 감독은 “의사가 ‘재활 기간이 5개월’이라고 말하면, 5개월 만에 원래 경기력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5개월은 통증 없이 일반인처럼 생활하는 데까지를 뜻한다. 경기를 할 수 있는 몸은 그다음부터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허리와 발목 부상과 수술로 고생했던 경험이 묻어 나오는 설명이다. 최 감독은 “코보컵부터 조금씩 출전시켜 경기력을 끌어올릴 생각이다. 정규시즌에는 분명히 예전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5일) 전광인은 아들(루안)을 얻었다. 그는 “재활하느라 임신한 아내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는데, 잘 견뎌줘서 고맙다. 이번 시즌에는 아빠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들 얘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 전에 없던 생기가 돌았다.
천안=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