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옇다 못해 하늘을 누렇게 만든 아황산가스와 먼지, 주택가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강물로 흘러드는 오·폐수….
먼 개발도상국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모습이다.
지난 1984년 당시 환경청이 발간했던 ‘환경보전’ 책자에 담긴 내용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아직도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폐기물 대란 등 심각한 부분도 있지만, 한 세대 전과 비교해보면 환경 분야에서 좋아진 것도 많다.
환경문제 35년 전과 비교해보니
1980년대 초 서울 미세먼지 현재의 두 배
영등포 수질 BOD 9.4ppm서 1.5ppm으로
매립지 조성, 종량제로 쓰레기 매립 감소
80년대 연탄 사용으로 아황산가스 농도 높아
80년대 초에는 먼지도 심각했다. 당시에는 총 부유분진(TSP), 즉 떠다니는 모든 먼지를 크기와 상관없이 측정했다. 서울의 경우 TSP 연평균치가 주거지역에서는 ㎥당 12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고, 상업지역은 229㎍/㎥, 공업지역은 263㎍/㎥였다. 상업·공업지역은 환경기준치 150㎍/㎥를 훨씬 초과했다.
지난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40㎍/㎥, 초미세먼지 농도는 23㎍/㎥이었다. 일반적으로 TSP의 절반이 입자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인 미세먼지(PM10)이고, 또 미세먼지의 절반이 초미세먼지(PM2.5)라고 본다. 당시 서울 상업·공업지역에선 미세먼지가 100㎍/㎥ 이상, 초미세먼지가 50㎍/㎥ 이상으로 현재의 두 배를 웃도는 셈이다.
오·폐수에 무방비였던 하천
대구 금호강 오염 탓에 낙동강 고령지점의 BOD가 당시 11ppm(현재는 2.6ppm)이나 됐다. 영산강 광주 지점은 도시 오·폐수 탓에 BOD가 28.9ppm(현재는 3.1ppm)이나 됐다. 당시 전국의 하수도 보급률은 8%에 그쳤다. 90% 이상의 생활하수가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었다는 의미다.
생활 쓰레기 96.5%를 땅에 매립
쓰레기 문제는 90년대 초 폭발 직전에 이르렀지만, 92년 인천 수도권 매립지가 조성되고 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덕분에 가닥이 잡혔다. 환경부는 2017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하루 5만3490t의 생활 쓰레기(가정 쓰레기와 사업장 생활계 쓰레기)가 배출됐고, 매립된 것은 13.5%인 7240t이었다. 대신 소각이 24.9%, 재활용이 61.6%로 높아졌다.
아직 노력해야 할 곳도 많아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청정연료 보급이나 오염 방지 장치 확충 등 많은 투자를 통해 아황산가스나 먼지 등 1차 대기오염은 크게 줄었으나, 이제는 2차 대기오염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공기 중에서 반응해 2차로 생성되는 오존이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심재곤 환경인 포럼 회장(전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은 “최근의 폐기물 대란은 30%로 잡았던 소각 비율이 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중앙 정부가 지자체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서 폐기물 처리 기반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은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 해소나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돈과 기술 외에도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고나 오염측정치 조작 등을 막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이 독립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