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열린 자신의 항소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을 만난 김경수(52) 경남 지사는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을 결코 본 적 없다는 말을 남기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잠시 뒤 열린 공판에서는 댓글조작 활동을 김 지사의 허락으로 했다고 주장하는 드루킹 김동원(50)씨는 증인신문 내내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내 말 끊지 말아달라” 목소리 높인 드루킹
“식사 없이시연했다” vs.“시연할 시간 없었다”
김 지사 측이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 때 김 지사가 핸드폰을 어떻게 봤는지 기억나냐"고 묻자 "기억난다. 바로 앞에다 두고 뚫어지게 쳐다봤다"고 말했다. 드루킹은 "김 지사와 킹크랩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에 온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그날 오후 6시 30분에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김 지사가 늦게 오는 바람에 함께 먹지 못했고, 저녁을 다 먹었을 때쯤인 6시 50분쯤 김 지사가 도착해 홀로 차를 한 잔 마시고 브리핑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김 지사 측은 앞선 공판에서 "김 지사는 그날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식사해 시간상 킹크랩 시연을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도 드루킹에게 김 지사가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과 떠난 시간을 재차 물었다. 재판부가 "시연이 끝난 뒤 언제 피고인이 사무실을 떠났는지 진술이 애매하다"고 묻자 드루킹은 "저도 좀 애매하다"고 답했다. 이어 "3년 전 사건인데 기억이 정확한 것은 신일 것"이라며 "시연이 끝나고 대화를 조금 나눈 뒤 김 지사가 바로 차를 타고 간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김 지사 지지자 30~40여명이 방청석을 가득 채웠다. 김 지사는 재판 시작 전 방청석에 앉은 지지자들과 한 명 한명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재판 내내 드루킹의 증언에 야유를 보내거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드루킹이 "내가 체포되던 날 온 경찰들이 김 지사와 나 사이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걸 봤다"며 "경찰들이 김 지사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하자 지지자들은 야유를 보냈다. 김 지사도 이따금 드루킹의 증언 내용에 실소를 보이기도 했다. 또 드루킹이 "당시 김 의원이 야당에 경기도지사 자리 쯤은 내줘도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말하자 지지자들이 소란을 일으켜 재판부가 잠시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신문을 마친 재판부는 다음 달 17일 오후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한 차례 더 기일을 갖고 재판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