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는 19일 국회를 방문한 조 장관에게 “얼마나 힘들었냐”고 첫인사를 했다. 조 장관은 사흘째 취임 인사차 국회를 찾았다. 정 대표는 “조 장관이 도덕적,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엄청난 사회적 형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조 장관이 그동안 말했던 원칙과 상식이 본인에게도 적용되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 장관이 진실과 진심을 보여줄 시간이다. 국민이 그 진심과 진실을 받아들이면 정치적으로 존립이 가능하고,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어렵다”라고도 말했다.
이에 조 장관은 “이유를 불문하고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에 국민 여러분과 정동영 대표께도 많은 폐를 끼쳤다”며 “사회적 형벌을 감내하면서 제가 해야만 하고, 해야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조 장관의 임명에 반대했다. “(조 후보자에게) 진보의 도덕적 몰락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했다. 비록 임명 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추진하는 해임건의안엔 거리를 뒀지만, 비판적 기조는 강했다.
하지만 막상 조 장관 앞에선 ‘독한 소리’를 하는 대신 ‘원칙과 상식’을 강조하는 선에서 말했을 뿐이다. 정치권에선 둘의 오랜 인연에 주목한다. 정 대표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한국당) 초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을로 출마했을 때 그를 지지해준 이가 조 장관이었다. 조 장관은 그해 1월 트위터에 “여전히 그(정 대표)를 불신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대권 노리고 강남 왔냐’는 야유도 있겠지만, 그의 강남 출마는 박수받을 일”이라고 썼다. 조 장관은 선거를 앞두고 정 장관과 함께 ‘개념 강남 만들기’라는 주제로 지역민과 대화를 나누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결국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졌지만, 보수 강세 지역에서 39.3% 득표율을 기록하며 예상외 선전을 했다.
조 장관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이유를 떠나 제 불찰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