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시점에 파격적인 제도를 추진하는 당정의 의도에 대한 의심을 차치하고라도 재산비례 벌금제는 많은 논란거리를 내포하고 있다. ‘일수벌금제’라고도 부르는 이 제도는 판사가 범죄에 대한 벌금형 일수를 먼저 정한 뒤 범죄자의 경제 사정에 따라 산정된 1일 벌금액을 곱해 벌금액을 정한다. 빈부 차이에 따라 1일 벌금액을 수백~수만 배 달리 설정해 ‘형벌의 실질적 평등’을 구현한다는 취지다. 독일은 1일 벌금액을 1유로에서 3만 유로(약 1300원~3900만원)까지 차이를 둔다. 프랑스(1~1000유로), 오스트리아(4~5000유로), 스위스(30~3000프랑) 등의 입법례는 다양하다.
1986년부터 이 법제가 몇 차례 추진됐으나 좌초됐고, 지금은 국회에 유사 법안이 계류 중이다. 법무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크다. 우선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훨씬 적은 벌금을 냈을 때 발생하는 ‘외형상의 불평등’ 문제가 지적된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벌을 받는 범죄자에게 범죄 예방 및 계도 효과가 클지도 의문이다. 피고인의 재산 상태를 조사할 현실적 방안도 마땅치 않아 신속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유리 지갑’ 월급소득자는 재산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에 비해 더 비싼 벌금을 내는 역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 법원행정처는 “재산이 양형의 주된 변수가 되면 ‘책임이 없으면 형벌이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정의 발표는 이런 우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1992년 같은 제도를 시행한 영국은 쌍방 폭행 사건에서 한 피고인에겐 64파운드, 다른 쪽엔 640파운드의 벌금이 선고돼 논란이 일자 6개월 만에 총액벌금제로 회귀했다. 불공정과 특혜 논란에 휩싸인 지금의 한국 사회에선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