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업무에 필요한 비품과 사원의 복지를 위해 회사가 구비한 용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가족으로서의 불만이다.
[김기찬의 인프라]
중소기업의 한 팀장이 커뮤니티에 털어놓은 사례다. 총무과의 여직원이 "한 주부 사원이 커피며 세정제, 종이타월, 물티슈, 사무용품을 자꾸 집으로 가져간다. 그래서 물품 구매 주기가 당겨지고, 다른 사람이 사용을 못 한다. 아예 커피를 상자째로 들고 간다. 주의를 줘도 '별문제 없다'고 반응한다"는 하소연을 했다. 어이도 없고, 문제 삼으면 괜한 분란이 생길까 고민 중이라는 게 팀장의 토로였다.
죄의식 없는 직장 내 물품 취하기…"절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직장·직원 절도를 4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①시간절도 ②물품 절도 ③돈 절도 ④정보 절도다. 이를 바탕으로 4가지 범주별로 18가지 범죄 유형을 나열했다.
지각, 업무 시간 중 개인 업무, 게임, 주식거래…시간 절도
선진국에선 초과근무를 하면 '무능한 직원'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업무 시간 안에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외국에서도 시간 절도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캐나다의 경우 1970년대부터 관련 조사를 해왔다. 기업컨설팅 회사의 연구 결과 1980년에만 캐나다 업계에서 약 100억 달러의 시간 절도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1977년에는 80억 달러였다.
회사에서 핸드폰, 칫솔 살균기 충전…전기 횡령
자녀의 과제 프린터 물도 회사에서, 그것도 컬러 프린트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일각에선 이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이 또한 횡령이다. 야구관람이나 공연 티켓 출력도 마찬가지다.
퇴사하며 PC 업무자료 삭제나 포맷…민·형사 책임져야
퇴사하면서 업무자료를 삭제하거나 컴퓨터를 포맷해도 민·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형법 제366조(재물손괴), 제323조(권리행사방해), 314조(업무방해) 등이 적용될 수 있다. 다만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퇴직한 경우에 대해서는 죄를 묻기 어렵다(대법원 2002년, 2004년).
형사정책연구원 "젊은 층일수록 직장 절도에 둔감"
또 "흡연이나 잡담, 개인적인 전화이용, 점심시간 무단 연장 등 3가지 유형에 대해서는 직장 절도라는 인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젊은 연령층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 결과도 덧붙였다.
호주에선 포스트잇, 펜 등 비품 사라져 연간 15억 달러 피해
지난해 7월 호주 News Corp 보도에 따르면 호주에서 사무실에서 비치된 펜, 메모장, 스테이플러, 포스트잇 노트 등 비품을 집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입은 회사 손실이 연간 15억 호주달러(한화 약 1조2300억원)에 달했다. 가족이나 친구가 구입한 물건값을 계산하지 않거나 무단으로 깎아주는 절도 행위도 많다고 한다. 호주연방경찰은 이런 행위의 70%가 직원이나 전 직원에 의해 자행된다고 밝혔다.
FBI "직원 절도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범죄…33%가 이로인해 파산"
선진국, 직원 절도 예방·대처 컨설팅 사업 활황
더 밸런스 커리어사(The balance careers)는 심지어 물품이나 자료를 버리는 쓰레기봉투는 깨끗한 것만 사용하고, 직원의 쓰레기통 접근 방향을 한 방향으로 통일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 요령까지 제시한다.
임금 삭감하면 절도 늘어…직원 사기 앙양이 가장 좋은 직원 절도 예방법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