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중, 정부 지원 업고 20% 싸게 LCD 잠식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한 해 약 130조원 규모다. 연간 각각 약 2억대와 15억대가 팔리는 TV와 스마트폰이 가장 큰 수요처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는 이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TV뿐 아니라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며 디스플레이 시장 자체가 정체 상태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공세까지 더해져 악재가 겹친 셈이다.
② OLED, 중국 소형부터 따라올 채비
하지만 3년쯤 뒤인 2021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LCD 성공 전략을 중소형 OLED에도 적용해 빠른 속도로 추격 중"이라며 "약 3년 뒤부터는 LCD 시장에서 벌어졌던 치킨 게임이 OLED 시장에서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BOE는 이미 중소형 OLED 1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2개의 공장을 추가 건설 중이다.
스마트폰 시장 지형이 변화 중인 것도 위협 요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3억대 판매가 무너졌고, 애플의 아이폰도 판매량 2위서 3위로 추락했다. 그 대신 중국 화웨이와 오포 등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맞춰 중국산 소형 OLED의 판매 역시 증가 추세다.
대형 TV용 OLED는 당분간 경쟁력을 유지해도 스마트폰용 OLED의 경쟁력은 3년을 담보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 역시 "2021년 중국의 플렉서블 OLED 생산능력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 능력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③ 차세대 기술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만이 살길
중국의 추격에 맞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OLE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잉크젯 OLED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게 현재 재료인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꾼 OLED ▶반도체 공정기술을 적용해 크기를 다양화할 수 있는 마이크로 LED 등이 거론된다.
현재 삼성은 OLED에 터치센서 내재화, LG는 자동차용 등으로 사업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 노력 중이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거세다. 기술 분기점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뭘 선택해 투자를 쏟아부을지 전략이 아직 없는 게 더 큰 위기라는 지적도 있다.
유재수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은 "OLED는 현재는 우리가 우위에 있지만, 2~3년 이내에 중국에 추격당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에 더 신속하게 투자해 시장을 장악했다가 중국 업체가 추격하기 전 다음 세대로 달아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