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자동차 업계에선 “정의선 체제가 해묵은 노사 힘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12년 만에 파업에 나서고 세계 자동차 업계가 ‘카마겟돈’(자동차와 ‘종말’을 의미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을 맞은 상황에서 고질적인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 어떻게 달라졌나
8년 만에 임단협 무분규 타결
1세대 경영진 퇴진, 순혈주의 깨
전기차 등 미래 사업에 다 걸어
세계 차 합종연횡선 변방 지적도
가장 큰 변화는 내부에서 시작됐다. 이른바 ‘1세대 경영진’의 퇴진이다. 최초의 외국인 연구개발본부장에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임명되는 등 ‘순혈주의’가 깨졌다.
임직원 직급체계 개편과 복장 자율화 등으로 조직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제조업체가 아니라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로 변신하겠다’(정 수석부회장, 지난해 9월 인도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기조연설)는 말대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전문가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한다.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 조직이 안정된 건 아니란 분석이 많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소통 가능한 구조로 바꾼 것은 가장 큰 변화”라면서도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인력의 융합이 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현장에선 출신이 다른 인력끼리의 혼란이 적지 않다.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가 현대차의 장점이었는데 지금은 ‘패스트’가 빠진 팔로어란 느낌도 든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차 준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동남아 우버’ 그랩에 3100억원을 투자하고 인도 차량호출 기업 올라에 3300억원을 투자했다.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국내 스타트업 코드42에도 투자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세계 전기차 판매 5위에 올랐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 업계가 합종연횡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토요타-소프트뱅크, 우버-피아트크라이슬러(FCA), 폴크스바겐-포드 등 굵직한 연합이 이뤄지고 있다. 막대한 R&D 비용을 아끼고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은 아직도 미래에 대한 방향성이 무엇인지, 누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는지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