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1일에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의 유력 후보였던 궈타이밍(郭台銘·69) 전 훙하이정밀공업그룹 회장이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63) 현 총통의 재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궈 전 회장은 지난 16일 밤 공식 성명을 내고 “몇달 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이번 총통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실망하게 해 미안하다”며 “대만의 경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혼란과 대립만 가중할 뿐 최선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총통 선거 반중 차이잉원 VS 친중 한궈위
궈타이밍 지지층, 차이잉원이 흡수할 듯
궈 전 회장은 지난 4월 국민당 명예 당원증을 받고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6월엔 훙하이 그룹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하지만 7월 국민당 경선에서 한궈위(韓國瑜·62) 가오슝 시장에 패배했다. 지난 12일 궈 전 회장의 측근은 궈 전 회장이 국민당을 탈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궈 전 회장이 무소속으로라도 총통 선거에 나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었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총통 선거에 무소속으로 독자 출마하는 경우 17일이 마지막 등록일이었다. 하지만 궈 전 회장은 후보 등록 기간 종료 하루를 남기고 출마를 포기했다.
"중화민국이 필요로 하면"…대권도전 여지 남겨
24살에 자수성가…트럼프처럼 막말 유명
궈 전 회장은 ’대만의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저돌적이면서 막말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폭스콘 사원들을 동물에 빗대기도 했다. “폭스콘은 전 세계에서 100만 명 이상 인력을 고용·관리하고 있다"며 "인간도 동물인 만큼 100만 마리 동물을 관리하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고 하면서다.
그의 트럼프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해 6월 미국 위스콘신주 폭스콘 공장 착공식과 지난 5월 백악관 방문 등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속해서 만나고 있다. 페이스북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 빗대 '대만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기도 했다. 궈 전 회장은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만약 (내가) 총통에 당선되면 대만 업체들의 대미 투자를 늘리고, 중국과 대만, 미국 간의 피스 메이커(peacemaker)가 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기업인 출신으로 대권까지 거머쥔 트럼프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으려던 궈 전 회장은 꿈을 잠시 접어두게 됐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