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무당층이 증가한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데 따른 이탈로 보고 있다. 최근 각 여론조사 회사들이 내놓은 각종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부정평가가 긍정보다 높은 추세이며, 일부 조사에서는 부정평가가 50%를 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야권에서는 ‘무당층의 증가→여권 약화’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국당 측에선 무당층이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지지층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반색했다. 그는 “드디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노골적으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라며 “개혁과 혁신을 통해 반드시 흡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무당층을 기존 정당의 실패로 보고 제3지대로 이동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한 명이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부터라도 야당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지지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제3지대가 어디냐에 대해선 역시 '희망사고'가 두드러진다. 바른미래당의 문병호 최고위원은 “이 당 저 당 싫다는 무당층이 늘고 있고 새로운 대안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증이 커지고 있다”며 “기성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기득권이 적은 바른미래당이 주목받고 있고 안철수 대표의 빠른 귀국과 함께 손학규, 안철수, 유승민의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선 유승민·안철수 연대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어게인 2016'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6년 2월,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만들어진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대승을 거두며 38석을 얻어 ‘녹색바람’을 일으켰다.
학계나 전문가들은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모두 수혜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무당층의 상당수는 중도층인데,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스스로 혁신하는 데 실패한 한국당에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현재 지지율이 보여주듯이 바른미래당에 기대를 거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한국당이든 유승민·안철수 세력이 한쪽의 힘만으로는 지지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중도·보수가 연대해 확장성을 키우고 중도 무당층에 기대감을 줘야 한다. 그래야 여권과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부산시당이 중앙당과 무관하게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 출범시킨 것을 하나의 단초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무당층이 정치세력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무당층이 늘어난 건 야권에 분명 기회”라면서도 “중도·보수 통합이 무산되고 현 상태로 총선을 맞이하면 되레 무당층이 대거 기권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7년 대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후신 격인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통합에 실패하자 실망한 지지층이 투표에 불참하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500만표 차로 대패했다”고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