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연구자를 가상의 대화 자리로 이끈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우주에 대한 각기 다른 믿음과 가정(assumption)이 아침 해가 떠오르는 현상을 서로 다르게 해석한 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의사 표현과 소통 같은 추상적인 행위는 일출 같은 객관적 사실보다 믿음에 따라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새 학기 강의를 준비하던 중에 새삼스레 눈에 띈 내용이었다. 조국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문제로 죽기 살기로 싸우는 형국이 심란했기 때문이다. 조국 이슈로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 세대, 지역이 내 편과 네 편으로 구분되고, 상식이 아집과 편향에 눌리고 무시되어 실종된 상황이다. 이미 남침으로 인한 골육상잔을 겪고 남북으로 갈라져 긴긴 세월을 고생하는 나라가 정치 때문에 또 다른 분열의 아수라장이 되는 건 비극이고 분노다.
시간과 진실은 결국 국민과 상식의 편이라는 역사의 교훈을 믿는다. 근래 독재정권 시절 저질러진 후안무치한 행위와 음모가 시간이 흐르며 파헤쳐지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마침내 무죄 판결로 확정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실감한다. 시간과 진실은 이렇게 신비로운 힘을 지닌다.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도 엄정한 수사가 보장된다면 어떤 결과로든 진실이 명료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검찰 업무의 최고 적임자,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해 달라고 임명한 검찰총장을 잉크도 마르기 전에 개혁 저항세력으로 공격하는 몰염치. 특정인 지지를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쉽게 만드는 디지털 민주주의(?). 검찰에 엿을 배달하고, (나쁜 기호학적 의미를 지닌) 네이팜탄을 뚫은 장관을 위해 폭탄주를 말겠다는 희화화….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극단이 아니고 상식이다.
상식의 소통에 애쓰는 진짜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그 많은 여당 의원 중에서 소신 의견을 내는 단 몇 명의 의원에게 비난의 융단폭격을 퍼붓는 건 집권여당의 당당한 모습이 아니다. 특정인이나 집단만이 개혁할 수 있다고 믿는 영웅주의와 순혈주의는 시대착오적이고 역사에서 퇴장당한 앙시앵레짐(ancien régime)의 폐습이다. 탐욕과 증오는 차치하고라도 ‘네 탓’이라는 편향된 믿음으로는 국민의 피부에 닿는 상식의 소통 정치는 불가능하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기에 내일도 태양이 뜬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