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서열화 해소와 대입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살피고, 교육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9일 대국민 담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전후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입 개선과 고교 서열화를 언급하자 교사·학부모는 향후 교육 정책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관심이 큰 대입 개편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선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개편에 집중할 것""결국엔 정시 확대로 갈 것 같다" 등 엇갈린 추측이 돌고 있다. 교사·교원·학부모 단체가 제각각의 해석과 입장을 내놓는 사이 사교육 업체의 주가가 한때 급등하기도 했다.
6명 "대통령 발언 부적절" vs 4명 "시기적절"
절반 이상 "전면 개편은 2028 대입에 맞춰야"
'정시 확대, 수시 축소'엔 5대5로 찬반 맞서
학종 개선엔 "수상실적, 봉사 빼고 자소서 폐지"
"노력해도 객관성에 한계, 아예 폐지" 주장도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특히 1일 '대입 재검토' 발언은 순방 직전 ‘툭’ 던지는 듯 나와 대입의 역사, 예상 반응을 고려하지 않은 즉흥적인 지시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개혁의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속도만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흐를 수 있다. 교육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헤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적절하다'고 답한 4명은 "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고조된 시기에 맞춰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고 개혁 의지를 밝혔다"(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 "국민이 조 장관 딸의 대입 논란에서 부각된 '특권학교(외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김영식 좋은교사운동 대표)이라고 평가했다. 답변을 유보했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취임 이후 교육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던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밝힌 것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하지만 고교 서열화와 대입의 공정성만을 집중적으로 언급해 교육부가 이 사안에만 매달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면 개편은 2028 대입" vs "너무 늦어"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지난해 대입 공론화에 대해 "절차적 민주성은 보였지만 교육 전문성은 떨어져 판단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다시 진행해도 지난해의 결론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도 "대입처럼 찬반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사안에 합의를 강조하는 공론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입을 대폭 손질한다면 언제가 적절한지를 묻자 절반 이상(7명)이 2028학년도 대입이라고 답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도입을 준비 중이다. 2028 대입은 2025년 고교를 입학하는 학생(현 중1)의 첫 입시다. 2028 대입이라고 꼽은 전문가들은 “대입 개편은 고교 체제 개선과 맞물려야 가는 게 합리적"(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제도가 자주 바뀌면 수험생·학부모 부담도 커지기 마련이니 당분간 유지하자”(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이란 주장이었다.
2028 대입은 너무 늦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열 한국교육학회장(경남대 교수, 전 교육과정평가원장)은 “2028 대입에 제도 개편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 전에라도 어느 정도의 개편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의 정착 여부를 확신 못 하는 상황에서 이를 전제로 2028 개편을 말하는 건 어리석다”(이종배 대표)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수시에 대한 불신을 지적했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학생·학부모가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현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정시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점 모두 고려해 50대50(정시:수시)의 타협점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수상실적 빼 학종 개선" vs "아예 폐지"
학종의 개선엔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았다. 홍후조 교수는 "학종은 어떤 식으로 개선해도 '깜깜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학생부 교과전형(내신)으로 대체하되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보완하자"고 말했다. 이종배 대표도 "학종을 개선한다며 비교과 활동을 거의 다 빼면 이젠 학종이 아니라 불공정한 교과전형이 된다"며 "차라리 학종을 폐지하고 수능 중심으로 개편하자"고 주장했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평가 과정과 결과를 학생·학부모가 납득할만한 정보 제공이 학종의 객관성을 높이는 데 핵심인데, 정성평가라는 학종의 특성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인성·박형수·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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