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8일 극단 자유의 ‘이름없는 꽃은 바람에 지고’ 공연에 동행해 도가를 방문했다. 연 7000만엔(약 7억원)을 연극촌에 지원한다는 난토 시의 다나카 미키오 시장은 “이곳 출신으로서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지역 공헌이 커서 전폭적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스즈키 연출가는 “관(官)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이곳 운영은 예술가가 책임진다”고 했다. 43년간 상호 신뢰와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불가능한 ‘윈윈’이다.
2001년부터 열린 밀양 여름 공연예술축제는 지난해 이름을 바꿔 축소 개최됐다. 밀양연극촌을 17년간 운영한 이윤택 전 예술감독을 겨냥한 ‘미투 고발’이 터지면서다. 올해 재개했지만 이미 삭감된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전액 되살리진 못했다. 각각 연극인의 초심으로 시작한 축제가 국고 지원 덕에 활성화됐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의식과 검증·견제가 부실했기에 빚어진 사태다.
도가 마을과 거창·밀양을 단순 비교할 순 없다. 그럼에도 각각 30년, 20년 안팎 운영돼온 지역연극제가 운영 주체 문제로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입은 것은 ‘공공재’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스즈키 연출가는 “여기(도가 마을)에 수백억 지원이 들어갔는데 그게 연극을 위해서였겠느냐”고 되물었다. 연극을 계기로 한 ‘지역 살리기’에 민·관이 합심하고 공동운명체로서 책임을 졌다는 얘기다. 거창과 밀양이 환골탈태하길 기대해본다.
강혜란 대중문화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