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를 주관한 전승희 도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생리는 여성청소년의 건강·학습권과도 맞닿아 있다”며 “저소득층 등으로 낙인을 찍는 선별적 지원이 아닌 전체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지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는 이날 토론회를 바탕으로 도내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강원교육청은 초·중·고생에 제공
서울은 예산 탓에 의회 상정 못 해
“저소득층엔 이미 제공” 지적에도
경기 등 지자체들 속속 조례 추진
생리대 무상 제공은 경기도 여주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추진했다. 여주시의회는 지난 4월 ‘여주시 여성청소년 위생용품 지원 조례안’을 의결하고 여주시에 사는 만 11~18세 여성청소년 3950여 명에 연간 12만6000원의 생리대 구매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여주시는 5억원가량의 사업비를 편성해 내년부터 생리대 구매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강원도교육청도 강원도 내 초·중·고 여학생 전원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달 초 여학생이 다니는 모든 학교에 무료로 쓸 수 있는 생리대를 비치했다. 생리대는 여학생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 학급 사물함, 보건실, 학생 회의실 등에 비치됐다. 이 사업 예산으로는 9억47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예산이 문제다. 서울시의 경우 이미 지원받는 저소득층 17만여 명에, 30만8000여 명의 수혜자가 추가돼 한해 약 389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 11~18세 여성청소년 수가 52만1988명에 이르는 경기도는 관련 예산으로 631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각 지자체와 의회에서도 사업 검토를 주저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 해당 조례안을 발의한 권수정 시의원(정의당·비례)은 “지난 7월 발의한 조례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아직 의회에 상정도 되지 않았다”며 “청소년의 기본권 문제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일각에선 “이미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는데 굳이 모든 여성청소년으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생리대 가격 인상으로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수건이나 신발 깔창을 사용한다는 내용이 공론화되자 2016년부터 현물로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청소년들의 선택권을 위해 바우처(이용권) 지원으로 지급 방식을 변경했다. 여기에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지난해부터 공공기관에 무료 생리대를 비치하고 있다.
한 광역 지자체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데다 포퓰리즘 논란이 일 수 있고 ‘여성만 우대한다’는 젠더(남녀) 갈등 우려도 있어서 시행하기엔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최모란·박해리·박진호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