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는 2001년 7월생인 재미교포 예리미 노(18·한국이름 노예림). 이번 대회에서 이른바 ‘21세기 소녀’가 일으킨 돌풍은 어느 때보다 거셌다. 월요 예선을 거쳐 본선에 출전한 그는 대회 3라운드에서 8타를 줄여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했다. 2000년 스테이트 팜 클래식의 로럴 킨(미국), 2015년 포틀랜드 클래식의 브룩 핸더슨(캐나다)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월요 예선 출신 우승자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대회 내내 그를 따라다닌 부모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그러나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한나 그린(23·호주)에 마지막 한 홀에서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LPGA 포틀랜드 클래식 준우승
‘21세기 소녀’ 경험 부족에 발목
14번 홀까지 3타 앞서다 역전당해
“내년에 다시 돌아온다” 자신만만
우승을 놓쳤지만 예리미 노는 또 한 번 LPGA 무대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지난해 여자 주니어 PGA 챔피언십, US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 캐나다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등을 휩쓸면서 미국 아마추어골프협회(AJGA) 올해의 여자 선수에 뽑혔던 기대주다. 미국 UCLA 진학 대신 지난 2월 프로 전향을 선택한 그는 지난 7월 초 열린 손베리 크릭 클래식을 통해 처음 LPGA 투어 대회에 나섰다. 이 대회 역시 월요 예선을 통해 출전권을 땄던 그는 최종 6위에 올라 여자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1세기에 태어난 선수론 처음 LPGA 투어 대회 톱10에 이름을 올린 선수로 기록됐다.
이어 이번 대회에선 준우승까지 거뒀다. 그는 이번 대회 4라운드 내내 수준급 퍼트 능력과 샷을 뽐냈다. 평균 퍼트수는 26개에 불과했고,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 272야드에다 그린 적중률도 70.8%를 기록했다. 예리미 노 자신도 “전체적으로 퍼트가 잘 됐다. 중요했던 퍼트들이 많이 들어갔다. 점점 좋아졌다”며 만족해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예리미 노와 동반 플레이를 한 그린은 “솔직히 그의 플레이에 감명받았다. 손베리 대회 때 이미 그의 플레이를 봤지만, 내년엔 상위 랭커에서 좋은 경기를 자주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며 칭찬했다.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예리미 노는 올 시즌 LPGA 4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두 차례 든 수준급 결과를 냈다.
예리미 노는 올 시즌 LPGA 투어 대회에 더는 나서지 않는다. 대신 다음 달 열릴 LPGA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한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예리미 노는 일찍 LPGA 시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올해 벌어들인 LPGA 투어 대회 상금이 40위 안에 들면 내년 1년 동안 뛸 수 있는 시드를 받고 출전할 수 있지만 더는 대회에 나올 수 없어 불가능하다.
아쉬움은 컸지만 예리미 노는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그는 “인생 전체를 통틀어서도 이번 대회에서의 경험은 값졌다. 내년이 정말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