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말과 성추행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파면되는 교수들을 보며 한 국립대 교수 A씨가 전한 말이다.
"교수 빼고 모두 변했는데"…'갑의 둔감함' 전형적 사례
法 "여성혐오·세월호 모욕 교수 파면 정당"
김 교수 측에서 "국무총리 표창, 대학총장 표창을 받은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학생들에게 사과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교수 본연의 임무에 어긋난 중대한 비위행위를 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한 "김 교수는 평소 성차별적인 편견에서 기인한 여성 집단 자체에 대한 내부적 혐오의 감정을 비방, 폄훼, 조롱 등의 방법으로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20대 여성 '축구공'이라 표현한 교수도
지난달 25일 광주지방법원은 학생들에게 '걸레'라는 표현을 쓰고 "20대 여성은 축구공이라고 한다. 공 하나 놔두면 스물 몇 명이 오간다"고 발언한 순천대 교수 B씨의 파면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B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끼가 있어 따라다닌 것"이라는 모욕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학가에선 이런 두 교수의 파면 소식에 대해 "학내 많은 사례들 중 하나일 뿐"이란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서울 사립대 4학년에 재학중인 박모씨는 "최근에도 한 교수가 강의 중 '여자 치마는 짧을수록 좋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며 "그 교수님은 여전히 수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대자보 그만 쓰게 해달라"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이런 교수들의 여성 혐오 발언이나 성추행 논란에 대해 그들이 학교 사회에서 가진 '갑의 위치' 때문이라 분석한다.
서 부대표는 "교수라는 권위를 갖고 공론장에선 할 수 없는 발언을 학생들에게 쏟아내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한 사립대 교직원은 "어떤 교수들은 '내 선배들은 더 했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냐'는 억울함을 가진 경우도 많을 것"이라 전했다.
"젠더 감수성 떨어지면 버텨내기 어려워질 것"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성평등과 젠더감수성이 논의된 지는 채 몇년도 되지 않았다"며 "위계적인 대학 사회 속에서 일부 교수들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수들 "수업 중 발언 맥락 왜곡될까 겁나"
한 사립대 C교수는 "모든 학생들이 내 발언을 녹음한다는 생각으로 수업에 임한다"며 "전후 맥락이 삭제된 채 일부 말들이 SNS에서 왜곡될까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업 중 논쟁적인 이슈를 던져보고 싶지만 스스로 정치적인 검열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A국립대 교수도 "내가 무심코 한 말이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업 중 '조심해야지'라는 생각을 여러번 한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