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은 원심이 공직선거법의 분리 선고 규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18조 제1항과 제3항은 대통령ㆍ국회의원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다른 혐의와 분리해서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 “특가법상 뇌물죄 따로 선고해야”
경합범 가중은 한 피고인이 여러 개의 죄를 범했을 때 모든 죄의 형을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한 죄를 기준으로 형을 가중하는 것을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특가법상 뇌물 혐의가 분리 선고되면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원심에서 특가법상 뇌물죄를 기준으로 경합범 가중돼 받은 징역 25년에는 사실상 직권남용ㆍ강요ㆍ공무상비밀누설 등 다른 혐의가 실질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특가법상 뇌물 혐의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되고, 나머지 직권남용·강요 등 남은 혐의에서 가장 중한 형으로 경합범 가중이 이뤄져 따로 형이 나온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은 원심의 징역 25년형보다 형이 늘어날 수 있다.
유죄 다시 다투더라도…파기환송심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다만 박 전 대통령 선거에 이어 선고된 최순실(63·본명 최서원) 씨의 상고심 선고에서 국정농단 사건 쟁점에 대해 전 합이 일부 판단을 내놨다. 전합은 최 씨 상고심에서 ▶삼성이 지원한 말 3마리의 소유권은 최씨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을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며 뇌물로 인정했다. 이 부분은 박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쟁점이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날 대법원 선고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면은 형이 확정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당장 사면 대상자는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3개의 형사재판 중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로 받은 징역 2년형만 확정됐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받은 5년 형은 대법원 심리 중이다. 특활비 사건이 확정되고,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확정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 전 박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대법원은 최 씨가 기업들에 미르ㆍ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원심에서 인정된 강요죄는 법리 오해가 있다며 최 씨 사건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최 씨의 요구가 강요죄의 요건인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