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박근혜 2심 파기환송…총선 전 사면 가능성도 제기

중앙일보

입력 2019.08.29 19:09

수정 2019.08.29 21:59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 원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은 원심이 공직선거법의 분리 선고 규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18조 제1항과 제3항은 대통령ㆍ국회의원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다른 혐의와 분리해서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원 박근혜 전원합의체, 대법원 최순실 전원합의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법, “특가법상 뇌물죄 따로 선고해야”

1ㆍ2심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특가법상 뇌물죄 위반과 직권남용죄ㆍ강요죄ㆍ공무상비밀누설 등을 분리해서 선고하지 않았다. 원심은 형을 정할 때 징역형에 대해서는 형과 죄질이 가장 무겁다고 판단한 삼성그룹의 정유라 승마 지원과 관련한 특가법상 뇌물죄를 기준으로 경합법 가중을 했고 벌금형은 SK그룹 관련 특가법상 뇌물죄를 기준으로 경합범 가중을 해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경합범 가중은 한 피고인이 여러 개의 죄를 범했을 때 모든 죄의 형을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한 죄를 기준으로 형을 가중하는 것을 말한다.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기업별 특가법상 뇌물 혐의. 그래픽=김영옥 기자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특가법상 뇌물죄에 해당하는 ▶SK에 대한 89억원 요구 ▶롯데그룹에 대한 K스포츠재단 70억 지원 요구 ▶삼성그룹에 대한 정유라 승마 지원 요구와 영재센터 지원 요구는 따로 분리돼 선고돼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특가법상 뇌물 혐의가 분리 선고되면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원심에서 특가법상 뇌물죄를 기준으로 경합범 가중돼 받은 징역 25년에는 사실상 직권남용ㆍ강요ㆍ공무상비밀누설 등 다른 혐의가 실질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특가법상 뇌물 혐의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되고, 나머지 직권남용·강요 등 남은 혐의에서 가장 중한 형으로 경합범 가중이 이뤄져 따로 형이 나온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은 원심의 징역 25년형보다 형이 늘어날 수 있다.
 

유죄 다시 다투더라도…파기환송심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이 다시 대법원에서 확정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관심사다. 전원합의체는 박 전 대통령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며 “1심 판결도 심판 대상이 달라졌으므로 상고기각으로 확정된 무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심리하라”고 밝혔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선거에 이어 선고된 최순실(63·본명 최서원) 씨의 상고심 선고에서 국정농단 사건 쟁점에 대해 전 합이 일부 판단을 내놨다. 전합은 최 씨 상고심에서 ▶삼성이 지원한 말 3마리의 소유권은 최씨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을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며 뇌물로 인정했다. 이 부분은 박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쟁점이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날 대법원 선고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면은 형이 확정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당장 사면 대상자는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3개의 형사재판 중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로 받은 징역 2년형만 확정됐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받은 5년 형은 대법원 심리 중이다. 특활비 사건이 확정되고,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확정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 전 박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대법원은 최 씨가 기업들에 미르ㆍ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원심에서 인정된 강요죄는 법리 오해가 있다며 최 씨 사건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최 씨의 요구가 강요죄의 요건인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nag.co.kr

국정농단 의혹제기부터 대법원 선고까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