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총 513조5000억원 규모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469조6000억원)보다 43조9000억원(9.3%)이나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내년 총수입은 올해(476조1000억원) 대비 1.2% 증가한 482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나랏빚으로 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33조8000억원이었던 적자 국채 발행한도를 내년도 60조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1년 새 26조4000억원이나 급증한 역대 최대 규모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결국 이 같은 빚은 국민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고 빚이 계속 쌓이게 되면 다음 세대의 짐으로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며 “경기 둔화로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재정의 급격한 악화를 막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문제는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는 점이다. 국가 채무는 2021년 887조6000억원, 2022년에는 970조6000억원을 기록하고, 2023년에는 1061조3000억원까지 늘면서 국가 채무 1000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3년 46.4%까지 치솟는다. 정부 전망대로면 인구보다 세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액은 올해 570만원에서 2023년 649만원으로 13.9%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대적으로 넉넉한 나라 곳간은 무역수지 흑자와 더불어 우리나라가 외부 충격을 극복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앞으로 인구 감소와 빠른 고령화에 따라 복지비용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적지 않다. 통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일각에선 공기업의 부채도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이므로 이를 포함하면 국가 채무 비율이 이미 60%를 넘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정부의 확장 재정 취지에는 수긍하면서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규모 증가 폭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재정건전성 악화에는 우려를 표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평가사나 외국인 투자자 등은 국가채무의 절대 규모보다 채무 증가속도에 더 신경을 쓴다”며 “선심성 재정 지출을 억제하고 민간의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