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때문에 홀대? 서러운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

중앙일보

입력 2019.08.28 17:00

수정 2019.08.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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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수단이 러시아 카잔에서 개막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이 국제기능올림픽에서 48년 만에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종합 3위다.
 
한국은 2015년 대회까지 5연패를 달리며, 총 19차례 우승했다. 2017년 중국에 종합우승을 내줬다. 올해는 러시아에도 밀렸다, 1971년 스페인 히혼 대회에서 4위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다.

[현장에서]

금메달 수, 중국·러시아의 절반…기초산업에서 밀려

중국과 러시아의 금메달은 각각 16개와 14개였다. 한국은 7개다. 김양현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대표는 "기계 부문에서 메달이 나오지 않은 것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기초 산업을 키우겠다고 한 게 엊그제인데, 기초 산업에서 밀린 셈이다.
 
선수단 일각에선 "러시아의 텃세가 컸다"며 애써 서운함을 감췄다. 김동만 선수단장(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좀 다르게 얘기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전 세계 기술의 상향 평준화를 목도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일등주의보다 일류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장·차관도, 국회의원도 격려 안 와"…"김영란법 때문"

그는 출국에 앞서 이런 말도 했다. "올해는 경기장에 아무도 안 온다. 늘 고용노동부 장·차관이나 국회의원이 경기장을 찾아 어린 선수를 격려했는데, 이번에는 없다." 섭섭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난 18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환송식장에도 국회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을 제외하곤 장·차관이나 국회의원을 볼 수 없었다.


왜 제대로 된 환송도 현장 격려도 없었을까. 국회 환노위 신보라 의원(자유한국당)이 숨은 사연을 귀띔했다. "지난해 장관과 환노위 위원 4명이 함께 현지에서 선수단을 격려했다. 한데 일부 언론에서 비용을 문제 삼았다. 산업인력공단이 항공비와 숙박료를 댄 것은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부는 물론 국회도 모두 안 가기로 했다. 안타깝다." 김영란법 때문에 선수단이 격려 한 번 제대로 못 받은 셈이다. 정부에선 별도 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었지만 안 했다.
 

선수단에 대한 지원도 중국 등에 밀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술보국의 첨병인 선수단을 정부와 정치권이 홀대하는 것은 기초산업에 대한 홀대"라며 "더욱이 학력보다 실력, 능력중심 사회를 기치로 내 건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선수단에 대한 지원도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하다. 중국은 선수 지도위원에게 월 200만~300만원을 지원한다. 한국은 고작 50만원이다. "봉사만 요구한다"(한국 지도위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봉수 국제심사위원은 "전지훈련도 중국은 기본적으로 4~5차례 한다. 한국은 예산 부족으로 한 번만 준다"고 전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