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흔하게 사용한 입시 부정은 스펙을 위조하거나 부풀리는 방법이었다. 운동선수로 뛴 적이 없는 학생을 체육특기생으로 둔갑시켰고, 수상 경력을 과장했다. 결국 부모는 기소됐고, 일부 학생은 수강 취소나 탈락 페널티를 받았다.
조국 딸의 놀라운 스펙 쌓기 신공
평등·공정·정의를 논할 자격 있나
조 후보자 딸이 고교 시절에 보여준 스펙 쌓기 ‘신공’(神功)이 특히 눈길을 끈다. 기여가 없거나 미미한 논문을 2주 만에 뚝딱 쓰고 제1 저자 자리를 꿰찼다. ‘재택 인턴’ 또는 ‘간헐적 인턴’을 시작하기도 전에 제출된 논문 초록의 저자가 됐다. 제1 저자를 제치고 외국 학회에서 발표도 했다. 고등학생은 자격이 안 된다는 국제기관의 인턴십 기회도 따냈다.
조 후보자의 딸이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 스펙이 중요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정작 조 후보자는 “가짜뉴스”라며 반발했다. 딸의 스펙 쌓기 과정에 어떤 특혜나 암묵적 봐주기는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정말 그럴까.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 의대와 병원 연구실에는 자소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으려고 인턴십에 지원하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지원자 모두가 인턴십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장기 인턴이 아니라면 의학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논문의 제1 저자가 됐다면 그 학생은 이미 인턴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껏 드러난 사실만 봐도 조 후보자 딸의 경우는 스펙 위조와 부풀리기 모두에 해당한다. 이름조차 궁색한 간헐적 인턴으로 합류하기도 전에 제출된 논문 초록의 저자가 돼 학회 발표의 영예를 얻은 것은 명백한 ‘스펙 위조’다. 그뿐인가. 고작 영어 번역을 도왔다고 논문의 제1 저자가 된 것은 엄청난 ‘스펙 뻥튀기’다.
좋은 대학에 가려는 자녀가 스펙 쌓는 일을 돕는다고 부모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 부모의 지위나 인맥이 암묵적으로 작동해 자녀의 스펙을 부풀리고 심지어 위조까지 했다면 그것은 범죄다. 조 후보자의 딸이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면 대신 합격할 수도 있었던 어느 학생은 땅을 치며 통곡해도 시원찮을 일이다. 딸의 스펙 부풀리기에 영문도 모른 채 제1저자 자리를 뺏긴 대학원생의 원통함은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 모든 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 벌인 일이다. 자기 딸은 용으로 만들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면서 너희는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라”고 한다면 무엇이 기회의 평등인가. 딸의 스펙 위조와 부풀리기를 미필적 고의로 용인하면서 어떻게 과정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나. 결과가 정의롭다고? 지나던 견공(犬公)이 웃을 일이다.
이형기 『잊지 말자 황우석』 저자·서울대의대 임상약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