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공영방송 도이치 벨레는 23일(현지시간) 저녁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열린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47)의 공연을 보고 이렇게 평가했다. 이날 공연은 페트렌코가 베를린 필하모닉의 12대 상임 지휘자로 임기를 시작하는 첫 무대로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페트렌코는 20세기 작품인 베르크 ‘룰루’ 모음곡과 베토벤 합창 교향곡으로 신고식을 치렀다.
12대 지휘자 취임 첫 연주 큰 호평
세부 표현 안 놓치는 완벽주의자
페트렌코가 베를린 필의 상임 지휘자로 선정된 것은 4년 전이다. 러시아 태생의 오스트리아인이며 베를린 필과 자주 무대에 서지 않았던 페트렌코는 단원들의 투표에서 상임 지휘자로 낙점됐다. 언론에 잘 나서지 않고 오페라를 주로 지휘했던 페트렌코의 선임은 의외의 결과였다. 페트렌코는 18세에 러시아에서 오스트리아로 옮겨왔고 빈에서 경력을 시작해 독일 마이닝겐 극장, 베를린 코미셰 오퍼의 음악 감독으로 일했다. 또 2013년부터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음악 감독도 맡고 있다.
페트렌코는 카라얀과 같은 스타성보다 성실성으로 대표되는 지휘자다. 23일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지휘한 페트렌코는 작품의 전체 구조와 세부적 표현 모두에서 놓치는 것 없이 음악을 이끌어갔다.
페트렌코와 베를린 필은 취임 연주 다음 날인 24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에서도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연주했다. 2만명 넘는 시민이 무료로 취임 연주를 지켜본 것은 베를린 필 역사상 처음이었다.
취임 연주와 함께 페트렌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번 시즌 페트렌코는 공연 39회와 오페라 다섯 번을 지휘한다. 조용한 완벽주의자 페트렌코의 베를린 시대가 시작됐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