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9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일본 열도를 넘어 2700여㎞를 날아간 뒤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목표수역을 명중타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ㆍ미 정보당국은 이 미사일이 제대로 탄착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당시 일본 측이 한ㆍ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를 통해 전달한 정보가 이같은 평가에 결정적이었다. 북태평양에 배치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 구축함이 화성-12형의 탄두가 공중에서 여러 개의 파편으로 쪼개진 뒤 바다로 떨어지는 것을 레이더로 포착한 것이다.
일본의 화성-12형 정보는 2016년 11월 23일 한ㆍ일이 지소미아를 맺은 뒤 양국의 정보교환 사례 중 하나다.
지소미아를 통해 한ㆍ일이 주고받은 정보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이 잦았던 2017년(19회) 가장 활발했다. 올해도 5월부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쏜 뒤로 26일 현재 8회로 늘었다. 권태한 전 주일대사관 무관은 “한ㆍ일 양국이 공동 위협인 북한의 핵ㆍ미사일에 대한 정보 위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정부가 "11월 22일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고 밝혔지만, 24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하자 양국은 바로 지소미아를 가동했다.
지소미아 체결 직후였던 2016년(1회)과 북한의 무력시위가 줄었던 지난해(2회)에도 지소미아는 움직였다. 군 소식통은 “2016년 1건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동향, 2018년 2건은 각각 북한의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동향을 서로 맞바꿨다”고 말했다.
복수의 정보 당국자들은 “지소미아로 받은 일본의 정보는 '잃어버린 퍼즐 조각'과 같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의 정보가 한국이 아쉬운 부분을 해결해준다는 측면에서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과 관련해 일본이 제공한 정보는 단 한 건도 의미 있는 게 없었다”(24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평가와 결이 다르다.
일본은 정찰위성 9대를 비롯해 이지스 구축함 6척, 통신감청기지 19곳, 레이더기지 27곳 등을 운용하고 있다. 대체로 한국은 인적정보(휴민트)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으며, 일본은 우수한 정보자산이 강점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특히 북한 미사일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정보가 결합하는 게 최상이라는 평가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레이더의 전파가 닿는 거리가 한계가 있다”며 “한국은 발사 지점(북한)과, 일본은 탄착 지점(동해 등 해상)과 각각 가깝기 때문에 양국의 정보를 조합하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찰위성 사진 미국 못지 않아”
북한의 전파를 잡아 정보를 획득하는 일본의 신호정보(시긴트)도 가치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전직당국자는 “한국이 북한과 붙어있기 때문에 시긴트도 우리가 앞설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막상 일본 정보를 받아보니 우리의 시긴트 사각지대를 잘 메워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시긴트 실력은 1983년 9월 1일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에 격추됐을 때 전투기 조종사와 지상 관제사 간 교신을 감청해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군의 입장에선 하나라도 정보를 더 갖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내심 지소미아의 유지를 바랬다”며 “앞으로 정보 공백을 메우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