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20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3·4위전에서 중국을 세트 스코어 3-0(25-21, 25-18)으로 이겼다. 사상 처음으로 대회를 유치한 한국은 첫 우승을 노렸으나, 2년 전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도 3위에 올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4강(중국·일본·태국)을 모두 만났다. 8강 플레이오프에선 태국을 3-1로 이겼고, 준결승에선 일본에 1-3으로 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는 실패라고 봐야 한다. 중국은 주팅을 비롯한 1진급 선수들이 오지 않았다. 다음달 열리는 월드컵에 전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다. 지휘봉도 랑핑 감독 대신 쥬앙바오 감독이 잡았다. 2진급이라 해도 강하긴 하지만 큰 의미를 둘 승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전날 패배를 잊고 이겼다는 점은 칭찬할 만했다. 김연경은 "솔직히 선수들이 모두 힘든 상태였지만 후회없이 경기하자고 독려했다"고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도 "오늘 경기는 95점을 주고 싶다. 이기면서 대회를 마친 점은 좋았다"고 했다.
김연경은 연이은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도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라바리니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김연경도 "솔직히 힘들고, 무게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 현재 시점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이재영, 김희진 등 다른 선수들의 성장속도가 더 빨라지면 좋겠지만 당장 5개월 뒤의 올림픽 예선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는 어렵다.
하지만 얻은 것이 없는 대회는 아니었다. 라바리니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국은 네이션스리그, 올림픽 대륙간 예선, 아시아선수권을 차례로 치렀다. 이 과정에서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력과 스타일을 확인했다. 특히 이다영이 부상으로 빠졌고, 이효희도 결장했지만 염혜선, 이나연과 공격수들의 조합을 시험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이 배웠다. 월드컵에서 좀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평균 3000명이 넘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으며 뜨거운 응원을 보낸 점도 고무적이었다.
대표팀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음달 14일부터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한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엔 대륙별 랭킹 상위 팀들이 출전하며 12개국이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순위를 가린다. 아시아에선 개최국 일본과 한국, 중국이 참가한다.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들의 의중을 파악한 뒤 멤버를 결정하려고 한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데려가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