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들은 한문을 썼는데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해 일본에서 만든 교과서로 한글을 배포했다”는 한 우익 인사의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이 발언을 옮기는 과정에서 ‘-화하다’를 ‘-화시키다’로 쓰는 경우가 많다. 더 강한 표현에 이끌려 “한문을 문자화시키지 못해”로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키다’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하게 하다’는 의미를 더하는 접사다. ‘-화(化)’ 자체가 이미 그렇게 만들거나 된다는 뜻인데 ‘-시키다’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 “문자화시키지 못해”는 “문자화하지 못해”라고 해도 충분하다.
‘-화’는 ‘-하다’를 붙여 ‘-화하다’ 꼴로 사용한다. ‘-화’는 주로 ‘-하다’와 결합할 수 없는 명사 뒤에 쓰여 동사의 속성을 부여한다. ‘구체화’ ‘여론화’ 등처럼 ‘-화’가 붙을 수 있는 말은 한정돼 있다. 설명(잘 알 수 있도록 말함)이나 행복(만족과 기쁨 등을 느끼는 상태)은 동작성이나 상태성을 지니므로 ‘-화’를 붙여 ‘설명화’ ‘행복화’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 ‘구체’ ‘여론’은 다르다. ‘-화’를 붙여야 동작성을 지닌 말이 돼 ‘-하다’와 결합할 수 있다.
‘-화하다’는 글의 맥락에 따라 무엇이 어떻게 되다는 자동사 노릇도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다라는 타동사 역할도 한다. 피동의 의미가 강할 때는 ‘-화되다’로도 쓸 수 있으나 ‘-화시키다’의 형태는 삼가는 게 좋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