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확산되면서 이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 부산의 한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24일 통화에서 “사실 조 후보자가 잘만 되면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PK 대망론’을 계승할 유력 인사가 될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며 “지금은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갔다. 솔직히 이번에 실망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조국 순풍’을 기대했다가 ‘조국 역풍’를 걱정할 판”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민주당 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노년층이 많고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서부경남 민심이 특히 안 좋다”고 했다.
지난 21일 열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총력 대응’ 강경론에 묻히긴 했지만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쓴소리를 한 이도 부산에 지역구를 둔 김해영(부산 연제)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이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며 “국민의 인식을 정확히 판단하고 향후 정부와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3일 당 대표·최고위원 취임 1주년 회견에서도 조 후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PK 민심 이상 기류는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로도 감지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방송사 tbs 의뢰로 지난 19~21일 실시해 22일 발표한 8월 3주차 주중 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대구·경북(59.2%)을 제치고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59.7%로 가장 높았다. 한 주 전보다 6.2%포인트 올랐다. 대전·세종·충청(56.6%)이 3위였다.
민주당 지지도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주 민주당(37.5%)-한국당(34.8%) 순이었던 부울경의 지지정당 1-2위 순위가 이번 주엔 한국당(38.4%)-민주당(31.1%) 순으로 뒤집혔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내년 제21대 총선에서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을 꿈꾸는 더불어민주당은 PK 동진 전략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청문회 검증 국면에서 너무 상처가 많이 나고 있다”며 “애초에 내년 총선 때 부산 출마를 해야 했는데 입각을 택하면서 일이 꼬였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에선 조 후보자가 이번 고비를 넘기면 이른바 ‘전국구 인물’로 무게감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한 지역위원장은 “전쟁터 한복판에서 섰다가 위기를 무사히 넘기면 집중 조명 효과가 나중에 나타날 수 있다”며 “추석 후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 조 후보자가 거명될 수도 있다”고 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