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대법원이 이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을 오는 29일 최종 선고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같은 날 결정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계열사 직원은 “드릴 말이 없다. 현재로선 각자 위치에서 사업을 잘 챙기는 것 외에 딱히 대응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악화, ‘우회수입’까지 막히나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제 일본 정부가 규제 품목을 확대하거나, (한국향) 수출을 아예 허가하지 않거나, 한국 기업들의 우회 수입까지 막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수입하는 포토레지스트 2건의 수출을 허가한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와 디스플레이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수출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둔화 등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삼성에 불리하지 않게 도와 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사장은 최근 미국 현지 기자 간담회에서 “한 번도 ‘내년은 위기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올해 말이 되면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엿새 뒤 대법원 선고…삼성 ‘시계 제로’
1·2심에서 뇌물액수 산정 등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 만큼, 2심 판결의 파기 환송이 된다면 삼성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일상적인 사업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이뤄지겠지만, 미래 먹거리 발굴이나 국내외 대규모 투자 등 이 부회장이 직접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며 "여러 악재와 동시에 싸워야 하는 삼성으로선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