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쟁은 단순한 관세 싸움이 아니다. 그 이면에 민감한 부분들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경제개발 정책을 추진했다. 중국은 경제개발 목표 달성을 위해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정부 보조금과 끊임없는 지식재산권 훔치기를 무기로 삼아 반도체·전기 자동차·생명공학·항공우주산업 등 최첨단 기술산업에 뛰어들었다. 한국도 첨단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정책 영향을 크게 받는다. 중국의 경제 정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둘 전망이고, 이에 따라 중국의 군사력 또한 급격하게 커질 것이 분명하다. 무역전쟁은 이런 배경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싸움의 배경엔 산업·군사적 이익
미국 대선 뒤에도 큰 변화 없을 듯
미·중 갈등에는 양국의 정치적 상황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두 농가 등이 입은 손실을 벌충하기 위한 ‘큰 거래’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성탄절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대며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연기했다. 그러나 그의 책략에는 한계가 있다. 시진핑 주석에게도 강경하게 대응할 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 대통령에게 굴복해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같은 주요 계획이 실패하면 그가 중국인에게 내세워 온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가 실추된다.
미국 민주당은 다음 대선에 승리할 경우 중국과의 갈등 국면을 어느 정도 전환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도 인권 문제와 무역 갈등이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중국에 온건하게 대처해서 얻을 이익은 크지 않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정책에 반대하고 있지만 무역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다. 심지어 일부 민주당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해 더욱 공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경기 침체를 염려하는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투자 둔화, 주식 시장의 동향, 미국 국채 상황 등의 큰 요인들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이나 홍콩 반정부 시위 같은 돌발적 요인들이 더 두렵다. 한순간에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