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20일 끝난 아시아선수권 조별리그에서 2연승을 거뒀다. 한 수 아래인 이란(18일)과 홍콩(19일)을 상대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주전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 14명를 모두 활용하며 체력 안배도 했다. 대표팀은 대회 상위 8개팀(중국·일본 제외)에게 주어지는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티켓을 확보했다.
터키서 한 팀일 때 함께 휴가도
아시아 선수권 우승 놓고 격돌
한국의 ‘에이스’ 김연경은 이달 초 러시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뽐냈다. 3경기에서 76득점을 기록하며 대표팀 공격의 절반을 떠맡았다. 러시아와의 최종전에서 집중 견제를 받고도 양팀 통틀어 최다인 25점을 올렸다. 김연경은 “러시아전(2-3역전패)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팀이 점점 좋아진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세터 눗사라는 태국의 간판 선수다. 키(1m69㎝)는 작지만 현란하면서도 안정된 볼 배급 능력을 자랑한다. 2009년과 2013년 태국의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이끌었다. 아제르바이잔, 터키 등 유럽 상위 리그에서 활약한 경력도 있다.
김연경과 눗사라는 각자의 조국을 위해 여러 번 맞붙었다. 동시에 2016~17시즌 터키 페네르바체 동료이기도 하다. 시즌 뒤에는 둘이 몰디브로 여행을 간 적도 있다. 이후 소속팀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러시아 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놓쳐 자책하는 김연경을 눗사라가 위로하기도 했다.
둘은 내년 1월 열리는 올림픽 지역 예선에서도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올림픽 출전권을 이미 확보한 중국·일본이 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 태국은 또다시 우승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1진급 선수들을 내보낸 아시아선수권이 두 팀에게는 올림픽 지역 예선의 ‘전초전’이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친구를 만나게 된 김연경은 “태국전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까지 올림픽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는 눗사라는 “한국은 까다로운 팀이다. 하지만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