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 이후 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시행 이후 얼굴이 공개된 22번째 흉악범이다.
경찰은 신상공개 결정에 따라 장대호가 조사를 받기 위해 21일 오후 2시 고양경찰서로 출석할 때 모자와 마스크 등을 착용하지 못하게 할 예정이다.
장대호는 지난 8일 오전 자신이 일하는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투숙객 A씨(32)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지난 12일 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A씨가 반말을 하는 등 시비를 걸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아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영장실질심사에선 "다음 생애에 또 그러면 너 또 죽는다"며 피해자에게 막말하기도 했다.
장대호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폭력적인 내용의 글을 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장대호는 '학교폭력에 시달린다'고 고민하는 학생에겐 과격한 방법으로 "싸우라"고 종용하는 등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위협적인 글을 다수 올렸다고 한다.
신상 공개 흉악범 22명, 고유정은 고개 숙여 얼굴 가려
이들 가운데 고유정과 김다운의 경우 머리를 푹 숙여 정수리만 노출해 "머리를 잡아서라도 얼굴을 공개하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이럴 경우 경찰도 어쩔 도리가 없다.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16조(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를 보면 ‘얼굴을 공개하는 때에는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서는 아니 되며 얼굴을 가리는 조처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가족·아동 관련 범행, 흉악범이라도 신상공개 피하기도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을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정신 질환을 앓는다는 이유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신상이 공개된 안인득과 김성수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과 다른 결정이다.
지난 4월 경기도 양평에서 이웃을 잔혹하게 살해한 50대도 무차별 범죄가 아니고 언론 등의 관심이 적어 신상 공개 없이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해 발생한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춘천 살인 사건'의 경우는 유가족이 나서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요청했지만, 심의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아동이 관련됐거나 가족이 피의자인 경우도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다. 2016년 평택시에서 발생한 7살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의 경우 피해자 이름을 따 '원영이 사건'으로 불렸지만, 피의자인 부모의 신상은 알려지지 않았다. 아동학대방지법의 비밀 유지 조항에 따른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가족이나 주변인에 대한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신원을 공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동일한 범행이라고 해도 관련 지침이 모호해 공개와 비공개로 결론이 바뀐다. 요즘은 언론이 얼마나 사건에 관심을 가지냐에 따라 신상공개가 결정되는 것 같다"며 "경찰도 인권 침해와 피의자 가족 등 주변인이 당할 수 있는 2차 피해 우려 등으로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니 신상공개에 대한 명확한 기준 등 제도적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익진·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