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우리 대학에서도 이런 원칙이 확산되고 있다. 2016년 고려대가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학생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지난해엔 서강대가 성적장학금을 폐지했다. 이렇게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한 고려대 학생은 언론인터뷰에서 “장학금 덕분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청춘의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는 알바 대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면서 받은 장학금 1200만원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노환중 부산의료원 원장이 부산대 의대 교수 시절 개인 돈으로 만든 장학회가 지급했는데, 그 이유가 기묘해서다. 노 원장은 “낙제했어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로 준 것”이라고 했단다. 여론이 들끓는 건 조 후보자 같은 엘리트라면 자식에게 주어진 ‘뜻 모를 혜택’을 거절할 거란 기대가 있어서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2012년 조 후보자가 쓴 글이다. 정말 그가 개천에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바랐다면, 구름 위에서 나고 자라 부족함 없는 본인 딸보다는 학비를 위해 청춘의 시간을 포기하는 수많은 붕어, 개구리, 가재들을 생각했어야 하지 않나. 그에겐 너무 큰 기대일까.
이에스더 복지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