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태어났을 때부터 화제였다. 당시로써 드물게 건축가가 설계한 연립주택이었다. 조성룡 건축가의 작품이다. 옛 정수장을 공원으로 재생시킨 ‘선유도 공원’, 국내 최초의 아파트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인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 등을 설계하며 한국 현대 건축사에 굵직한 사건을 기록한 건축가다.
그가 이 주택을 의뢰받았을 당시, 한국에는 아파트 붐이 일고 있었다. 90년대 초 1기 신도시가 건설됐고 동시에 획일적인 아파트 공간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공동주택에 공동체 정신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93년부터 99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건축가들에게 의뢰해 분당 신도시에 단독주택과 저층 공동주택이 마을을 이루는 ‘분당 주택전람회 단지’를 계획하기도 했다.
작은 공동주택이지만, 옛 동네의 모습을 닮았다. 단지 내부의 골목길과 마당을 지나 가가호호 진입한다. 건축가는 “말이 공동주택이지, 공동으로 생활하면서 주고받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게 아파트의 문제”라며 “이웃이 서로 만날 수 있게 길과 마당을 냈다”고 전했다.
이후 건물의 시공사인 우성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새로운 공동주택 실험은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공간은 남아서, 이처럼 불쑥 등장해 지난 시절 우리의 주거사를 들려준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